마치 배우들의 '극한직업'을 보는 것 같았다. 배역에 따라 여러 번 죽었다 살아나야 했던 이가 있었는가 하면, 하루가 다르게 입장이 바뀌어 버려 시청자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줘야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관성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 변화는 역시나 '내 딸 금사월'에게 '막장'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김순옥 작가의 대본을 탁월하게 연기해 준 배우들의 공이 컸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완전한 화해를 이루고 서로를 안아주는 득예(전인화 분)와 사월(백진희 분) 모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득예는 딸에게 "고맙다 사월아 내 딸로 태어나줘서, 넌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말했고, 사월 역시 "엄마, 난 태어나길 잘했다"며 행복해 했다.
이날 그려진 '내 딸 금사월'의 해피엔딩은 조금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악행을 일삼았던 악인들은 득예의 희생 앞에 항복했고, 줄줄이 무릎을 꿇으며 참회를 했다. 악인들은 참회를 했다고 해도 선한 주인공들이 얻은 것은 잃은 것 만큼을 되찾는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젊은 남녀 주인공 사월과 찬빈은 민망한 오누이 사이로 남게 되며 사랑을 영영 잃었다.
첫번 째 참회 타자는 만후(손창민 부)였다. 만후는 득예가 찬빈을 구하기 위해 다리를 다치는 대형사고 끝에 구사일생하자, "내가 잘못했다'며 울부짖었다. 방화죄로 경찰에 끌려간 그는 공금 횡령과 배임 등의 추가 죄목이 더 붙어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얄미운 짓을 일삼았던 국자(박원숙 분)와 마리(김희정 분)도 득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국자는 "나는 서방도 없이 만후만 키우면서 죽을 똥을 사면서 키우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억울하던지, 거둬주신 은혜도 모르고 죽을 죄를 졌다"고 용서를 빌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손자 찬빈을 목숨 걸고 살려준 득예에 대한 고마운 마음 떄문이라는 설정이지만, 그간의 행동들을 볼 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시로(최대철 분)의 참회였다. 그는 홍도(송하윤 분)에게 "나 정신 차리고 새 사람 될테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시로는 홍도의 남편이었지만, 사고를 당한 홍도를 내팽겨치고, 아내를 그렇게 만든 혜상(박세영 분)에게 붙어 돈을 받아내던 악질이었다. 눈물까지 쏟아낸 시로는 재판에서 혜상이 지금까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었음을 증언하며 처음으로 홍도의 편에 섰다.
재판을 다 받고 난 후에도 "나만을 사랑해주는 아빠를 갖고 싶었다"며 자기 변명에만 급급했던 혜상(박세영 분)도 5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반성의 기미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양부모의 집에 돌아가지 않고, 홀로서기에 나선 그는 목공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전 남편 세훈(도상우 분)에 대한 미련을 강하게 드러내는 혜상의 모습은 한편으로 측은함을 자아냈다.
그간 '내 딸 금사월'의 배우들은 누구보다 '열일'을 했다. 악역들은 악역대로 인과성이나 논리성이 부족한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대표적인 예가 만후와 혜상 역을 맡은 송창민, 박세영일 것이다. 두 사람의 열연은 시청자들이 끝까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착한 배역들은 또 그 나름대로 '고구마'라며 욕을 먹어야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백진희다. 백진희는 너무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 탓에 '주인공이 오월 아니냐' 등의 비난을 감당하며 꿋꿋하게 연기를 해왔다.
'하드캐리'를 했다고 평가받는 1순위 배우는 단연 전인화다. 드라마의 가장 큰 한 축을 갖고 있던 그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꽉 잡았다. 분량이 배우들 중 가장 압도적으로 많아 바빴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는 매번 완벽하게 연기를 소화해냈다.
무엇이든 끝이 있다고, '내 딸 금사월'도 끝이 났다. 배우들은 '극한직업' 뺨 치는 활약을 했다.. '내 딸 금사월'을 보면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했겠다' 싶은 장면이 많았던 게 사실. 어쩌면 혼란스러운 '김순옥 월드'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위해 축하를 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내 딸 금사월'은 인간 삶의 보금자리인 집에 대한 드라마로, 주인공 금사월이 복수와 증오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위에 새롭게 꿈의 집을 짓는 내용을 그린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