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PD "음식은 소통의 도구, 휴먼스토리 전하고싶다" [인터뷰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2.29 10: 09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안방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이하 '식사하셨어요')다. 자연 요리 연구가 임지호와 배우 김수로가 MC를 맡고 있는 이 '식사하셨어요'는 사연이 있는 이웃들에게 자연의 밥상을 선물하러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13년 1월 설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인 이 '식사하셨어요'는 2014년 4월 26일 정규 편성돼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방송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연예인은 물론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요일 오전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6~8%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다.
이 근본 바탕에는 '방랑 식객' 임지호의 정성이 담긴 요리와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도록 우리 산하의 먹을거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했다는 임지호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길을 떠난다고 해서 '방랑 식객'이라고 불린다. 자연 속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몸에 좋지만 맛도 좋은 요리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그 솜씨가 기가 막혀 꼭 마술을 보는 듯 하다.

'방랑 식객과 함께 떠나는 전국 힐링 여행'이라는 설명처럼 소박한 밥상으로 사연자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고 있는 것. 이에 제작사 미디어하얀소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박혜령 PD와 SBS 김박 부장을 만나 기획 의도와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박 "임지호 선생님이 전국을 다니면서 그 지역의 식재료를 찾아서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 많은 것을 나눈다. 그것이 참 좋더라. 이 작은 음식이라는 도구가 누군가에겐 선물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위로가 된다. 또 축하도 되더라.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음식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소통의 도구다. 이걸 게스트 뿐만 아니라 대중들과도 편하게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하게 됐다. 근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휴먼스토리다. '쿡방이다, 먹방이다' 말이 많은데 이 프로그램은 그것과는 다르다."
- 임지호 요리 연구가와 인연이 깊으신데, 이렇게 진심으로 오랫동안 소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나.
박 "임지호 선생님과의 인연은 10년이 됐다. 2006년 방송됐던 KBS '인간극장'의 영향이 컸다. 한달 정도 같이 다녔다. 사람이 한달 정도 같이 있다 보면 장점과 단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저와 선생님 둘 다 그랬다. 선생님은 예술가적인 기질이 많으신 분인데, 그런 부분을 계속 공유를 하다 보니까 제가 본인에 대해 제일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언변이 뛰어나거나 표장을 잘하는 분이 아니다. 그래서 자기가 이 정도로만 얘기를 해도 내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김 "인간적인 신뢰와 상호 존중,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박 "이 프로그램을 하자고 말씀을 드렸을 때도 본인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줄 거라는 판단하에 한다고 하셨을거다. 처음에는 겁도 나셨을거다. 원래 예능을 하던 분이 아니라서. 일반인을 대할 때는 너무나 좋은데 늘 새로운 연예인을 만나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자신의 생각을 잘 담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 연예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신가.
박 "그렇지는 않다. TV를 잘 보지 않으신다. 모르는 분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 출연 프로그램을 봤냐고 물으면 당황하실 때도 있다. 그런 것 뿐이지 연예인이라서 불편해하거나 하진 않으신다. 오히려 고마워하신다. 함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고마워하신다."
- 방송을 보면 연예인들도 임지호 요리 연구가의 음식을 먹고 많이 감동 받고 고마워하더라.
박 "연예인들이 오셔서 1박 2일을 보내는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다. 정말 여행을 하면서 밥을 나눠 먹는 것이 얼마나 친해질 수 있는가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고생을 하시는 분이 임지호 선생님이다. 오시는 분에게 식재료를 찾아서 밥을 차려주시고, 또 사연자에게도 밥을 차려주신다. 연예인들이 이틀 있다가 마지막에 늘 '이렇게 하시는데도 어떤 불평 한 번 안 하시는 것이 놀랍다'고 한다. 그건 제작진 모두 공감을 한다. 선생님이 환갑이심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요리를 하신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음식을 먹을 이에게 오롯이 마음을 다 쓰신다. 이 부분에 정말 존경을 표한다. 저희도 이틀 있으면 힘들다고 할 때가 있다. 슬픈 사연에 대해 묻고 그걸 듣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음식이 있어서 분위기가 좋아지고 그들이 짧은 순간 좋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셨던 분들은 거기서 감동을 받고, 그 시간 함께할 수 있었던 것에 고맙다고들 하신다. 저희 제작진도 감사하다."
- 임지호 요리 연구가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 감동을 받은 적도 많다.
김 "인생의 깊이가 담겨져 있는 멘트다."
박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본인의 몸으로 체득한 고생들이다. 모든 일이 다 대단하다는 건 아니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데 인생을 좀 더 깊이 있게 사셨던 선배로서 얘기를 하실 때 '맞아. 저럴 수 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