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PD는 히트 드라마를 보유한 MBC 출신의 프리랜서 PD다. 단순 필모그래피만 나열해도 '커피프린스 1호점' '골든타임' '하트투하트' '치즈인더트랩' 등 굵직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MBC 최초 여성 PD, 연세대학교 신방과 출신, 특히 2007년 선보였던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출법으로 큰 사랑을 받았었다. 이듬해 '제20회 한국 PD대상 드라마부문 작품상', '제4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던 것도 모두 이 덕분이다. 이윤정 PD에게 결국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나름의 인생 드라마였다.
문제는 이후 작품들이 어느 정도 성공을 해도,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에 묻힐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커프' 이후 연출했던 '트리플'은 저조한 성족으로 마무리 됐고, 이후 연출직에서 떠나 꽤 오랜 휴식을 취했다. 이후 '골든타임'이 호평 받았으나 이는 권석장 PD와 함께 연출을 한 작품. 결과적으로 이후 작품은 프리 선언을 한 뒤 CJ E&M과 첫 작업한 '하트투하트'였다. 이 또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 이유로 이윤정 PD를 설명할 때는 여전히 9년전 히트 작품인 '커프'를 언급해야 했다. 때문에 이번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그에게도 너무 중요했던 작품이다. 프리 선언 후 '하트투하트'로 저조한 결과물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커프'보다 먼저 앞세울 히트작이 될 뻔 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촬영을 시작한 철저한 반(半)사전제작 시스템, 2010년부터 시작해 여전히 연재중인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의 존재 등은 초반부터 관심을 이끌어냈다. 캐스팅에 대한 우려도 결국 방송 시작과 함께 사그라졌고 시청률은 9회 만에 7%까지 치솟았다.
tvN은 월화극 채널 자체최고 시청률임을 알리며 자축했다. 캐스팅으로 기대와 우려로 엇갈렸던 배우들도 연일 호평이 쏟아졌다. 이윤정 PD의 섬세하고 감각저인 연출도 부각됐다. 드라마는 광고 완판, 해외 판매, PPL 수익까지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 수익을 거뜬히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 나가는 금토드라마 '시그널'과 쌍끌이하며 tvN 드라마의 단계를 격상시켰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그랬던 '치인트'가 10회 이후 좌초됐다. 탄탄했던 원작의 에피소드가 굴절되어 뒤틀리면서, 원작팬과 시청자의 고개를 자꾸만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결국, 초중반에 봤던 드라마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왜곡되버린 모습이 표면으로 드러나자 결국 현재의 사태에 이르렀다.
물론 이걸 온전히 이윤정 PD 탓으로 돌리기엔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불거진 정황으로 연출자의 탓을 빼놓기 힘든 모양새이고, 이윤정 PD 역시 딱히 이렇다할 상황 설명이나 답변을 내놓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전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고, 엔딩은 아직 공개되지도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보인다. 이윤정 PD가 '치인트'로 '커프'의 수식어를 만약 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히트나 긍정적인 의미 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흡사 '주홍글씨'처럼 남게 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 gato@osen.co.kr
[사진] OSEN DB, '하트투하트' '커피프린스 1호점' '치즈인더트랩'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