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 그대로 이 무대를 여기서 볼 줄이야. ‘복면가왕’이 ‘쉬즈곤’의 주인공인 밀젠코 마티예비치에게 복면을 뒤집어쓰게 했다. 그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복면 속에 정체를 숨기며 노래를 불렀고, 시청자들은 이 예상 못한 조합에 화들짝 놀랐다. 그야말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의 미친 섭외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지난 28일 안방극장이 뒤집어졌다. 스틸하트 멤버인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3라운드까지 올라온 과묵한 번개맨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것. 한국어 노래의 발음이 어눌해 외국 가수라는 예상은 했지만 ‘쉬즈곤(She's Gone)’이라는 명곡을 안방극장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50대의 나이에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놀라운 고음 소화력과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떼창’을 유도했다. 판정단은 ‘쉬즈곤’을 함께 불렀고, 안방극장은 한순간에 올라오는 전율에 감당이 안 됐다. 방송 후 이 영상이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꼭 다시 봐야 하는 무대라는 호평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이 프로그램 출연이 확정되고 4개월간 한국어 노래를 연습했다. 한국어를 제대로 못 하는 그가 임재범의 ‘고해’와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비교적 괜찮은 한국어 발음으로 불렀던 비결이었다. 한국인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그는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을 시작으로 자신의 히트곡 ‘쉬즈곤’까지 총 4곡의 무대를 꾸몄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평소보다 더 큰 반전의 즐거움을 선물받았다.
‘복면가왕’은 숨은 명곡과 잠시 잊고 지냈던 명품 가창력의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물론 미처 몰랐던 가창력의 소유자를 발견하는 흥미도 있지만 내공이 강한 한때 왕성하게 활동했던 가수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래서 미처 예상 못했던 추억의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안방극장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받는다.
제작진의 놀라운 섭외력과 구성의 장점이 ‘복면가왕’에 반전 가수들이 줄을 잇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 다른 경연 프로그램과 달리 즐기면서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지난 1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줄기차게 시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 밀젠코 마티예비치의 깜짝 등장이 또 다시 ‘복면가왕’의 ‘클래스’ 다른 행보를 증명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