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무려 4년 만에 막장 주말드라마 폭주 기관차를 멈춘다. ‘막장 드라마 장사’를 즐겨한 MBC가 주말 드라마 2편을 자극적인 전개와 거리가 먼 가족 드라마와 정통 멜로 드라마를 내세우며 그동안의 막장 시청률 장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것과 다른 길을 걸을 전망이다.
‘막장 대가’ 김순옥 작가의 ‘내딸 금사월’이 지난 28일 안방극장을 떠났다. 그동안 악행을 저질렀던 악역들이 모두 참회를 하며 허둥지둥 마무리를 하며 시청자들을 어이 없게 만들었던 드라마다. 이 드라마 후속작은 이서진과 유이가 출연하는 ‘결혼계약’이다. 그동안 주말 오후 10시대에 막장 드라마를 배치했던 MBC는 4년 만에 멜로 드라마를 내세웠다.
MBC로서는 주말 오후 10시대는 주부 시청자를 노리는 시간대였다. 2012년 8월 종영한 판타지 사극 ‘닥터진’ 이후 ‘메이퀸’, ‘백년의 유산’, ‘스캔들’, ‘황금무지개’, ‘호텔킹’, ‘전설의 마녀’, ‘여왕의 꽃’, ‘내딸 금사월’까지 이름만 들어도 자극적인 전개였던 드라마들이었다. 물론 2014년 8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마마’는 따뜻한 드라마였다. 허나 ‘마마’가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훈훈한 가족 드라마였다고 MBC가 막장 드라마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오후 9시대는 김순옥 작가의 ‘왔다 장보리’가 방송되며 기함하는 전개가 매회 펼쳐졌다.
MBC는 주말 오후 9시대와 10시대에 번갈아가며 막장 드라마를 배치했다. 두 드라마 모두 막장 전개일 때가 있었고, 한 드라마가 그나마 덜 자극적인 이야기일 때도 있었다.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정상적인 주말 드라마만 편성된 적이 없었던 방송사였다. 워낙 막장 드라마로 시청률 장사한다고 악명이 넘치자 오후 9시대와 오후 10시대에 한 개만 막장 드라마를 배치하기 시작한 게 최근 2년 사이의 움직임이다. 그랬던 MBC가 이번에는 두 작품 모두 자극적인 이야기와 거리가 멀다.
이미 2회가 방송된 ‘가화만사성’은 중식당 가화만사성을 운영하는 봉삼봉 가족의 이야기. 가족들의 갈등이 산재해 있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튀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음 달 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되는 ‘결혼계약’은 인생의 가치가 돈 뿐인 남자와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여자가 극적인 관계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밝고 경쾌하면서도 애절하게 그릴 정통 멜로 드라마다. 두 드라마 모두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여느 드라마나 그러하듯 답답하거나 짜증나는 요소가 있겠지만 자극적인 막장 전개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는 기괴한 전개의 대명사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평일 오후 일일드라마에 배정하며 막장 드라마에 유독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보였고, 안방극장의 힐난에도 이 같은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MBC가 늘 자극적인 전개로 장사를 해온 주말드라마에 모처럼 훈훈한 이야기를 내세우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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