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작가의 ‘내딸 금사월’은 예상대로 마냥 평범하게 끝나지 않았다. 살인도 서슴지 않던 악역들이 순식간에 참회를 하는 것은 그나마 무난한 결말이었다. 도대체 왜 손창민 곁에 끝까지 머물러있는 줄 몰랐던 ‘조비서’ 박재이가 손창민의 딸 강래연과 깜짝 결혼을 하며 진정한 승자는 조비서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막장 작가’ 김순옥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는 서명이기도 하다.
지난 28일 안방극장을 분노하게 했던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이 종영했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답게 끝도 없는 악역들의 악행, 질질 끄는 정의구현으로 시청률 30%를 넘긴 흥행작이었다. 김 작가의 작품은 자극적인 이야기 속 코믹 장치들이 웃음을 유발하는데, 마지막에 펼쳐진 LTE급 참회 행렬들 속에 숨은 1mm의 웃음 요소가 있었다.
강만후(손창민 분)와 오혜상(박세영 분)이 몰락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며 권선징악이 펼쳐진 가운데, 만후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조비서(박재이 분)가 강찔래(강래연 분)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1분도 전파를 타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만후가 수족처럼 부리던 조비서는 손창민의 웃긴 연기가 곁들어진 ‘조비’로 유명한 인물. 시도 때도 없이 조비를 외치며 괴롭히는 만후의 유치한 모습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만들었다.
동시에 조비로 유명한 배우 박재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상황. 극의 전개에 큰 상관이 없는 조비와 찔래의 깜짝 결혼은 시트콤 같은 전개로 정극인데도 웃음을 안기는데 소질이 있는 김 작가의 장기가 발휘된 장면이기도 했다. 김 작가는 전작인 ‘왔다 장보리’에서도 극악무도한 악역과 말도 안 되는 전개, 그리고 비윤리적인 행동이 쏟아지며 욕을 먹었지만 마지막 회에 시청자들을 크게 웃게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연민정(이유리 분)을 처단했던 문지상(성혁 분)이 민정과 똑같은 모습의 여자를 만나는 장면이 들어갔기 때문. 심지어 민정과 닮은 여자는 조신한 성격이었는데, 점을 찍고 있었다. 김 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첫 작품인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장서희 분)가 점을 찍고 민소희(장서희 분)로 변신했다. 점을 찍고 다른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는 드라마로 유명했던 ‘아내의 유혹’을 스스로 패러디한 것. 이 점을 찍은 연민정의 등장은 막장 전개이긴 하지만 일단 웃긴 유머가 삽입돼 있는 김 작가의 특성을 단 번에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김 작가의 또 다른 막장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떠났다.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기고 주말 드라마로서 최고의 화제성을 자랑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고 작가와 이 드라마를 편성한 방송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작품이 전개되는 동안 거셌다. 그럼에도 김 작가가 또 다시 신작으로 안방극장을 찾을 가능성은 높은 상황. 우린 또 얼마나 분노할 것이며, 또 어떤 결말을 기대하며 드라마를 지켜볼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 jmpyo@osen.co.kr
[사진] '내딸 금사월', '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