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 1년 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비 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가수, 심지어 외국인 가수가 출연해 정체를 숨기고 노래를 불렀다. 특히 ‘국민 팝송’으로 여겨지는 ‘쉬즈곤’의 주인공인 밀젠코 마티예비치의 무대는 방송 후 큰 화제가 되며, 앞으로 간간히 ‘복면가왕’이 이 같은 특집성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지난 28일 방송된 ‘복면가왕’은 과묵한 번개맨이 스틸하트 멤버이자 ‘쉬즈곤(She's Gone)’이라는 명곡의 주인공인 밀젠코 마티예비치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을 1라운드에서 부르며 ‘복면가왕’ 최초로 팝송을 소화했다. 이어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임재범의 ‘고해’를 다소 어눌하지만 기대이상의 전달력으로 열창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특별 무대로 노래방 대표적인 애창곡인 ‘쉬즈곤’을 부르며 보여준 놀라운 무대 장악력은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했다.
방송 후 역대급 무대였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상황. ‘복면가왕’이 밀젠코라는 깜짝 카드로 큰 감동을 안긴 것은 안방극장에서 큰 화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복면가왕’은 그동안 팝송 무대를 꾸미지 않았다.
민철기 PD는 지난 해 9월 OSEN에 팝송 무대가 없는 것에 대해 공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일단 당분간은 가요로만 무대를 구성하려고 한다"라면서 "가수가 영어로 된 팝송을 부르면 듣는 시청자들이 판정을 하는데 혼란스러운 면이 있을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민 PD는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 시청자가 공감을 하고 감명을 받는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나. 팝송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이들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가요보다는 가사에 공감하고 노래에 대한 감동을 느끼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가수가 노래를 잘 하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팝송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제작진이 앞으로도 팝송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명확한 기준을 잡아놓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말 좋은 가요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곡에 충실하기 위해 편곡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흘러간 추억의 노래를 듣는 재미도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주옥 같은 명곡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팝송이 아닌 가요 무대를 꾸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PD는 당시 팝송 선곡의 가능성을 열어뒀고 이번에 밀젠코의 출연과 함께 처음으로 팝송 무대를 펼쳤다. 제작진의 모험은 상당히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크립’과 ‘쉬즈곤’이라는 노래 자체가 워낙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까닭에 한국어 가사가 아니어도 함께 따라 부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 특히 밀젠코의 폭발적인 카리스마와 무대 흡인력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전율을 안겼다.
민 PD의 말처럼 워낙 좋은 한국 노래가 많기 때문에 매번 팝송이 나오진 않겠지만 간간히 특집성으로 팝송이 선곡돼도 좀 더 풍성한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면가왕’은 현재 동시간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복면을 쓴 가수들이 꾸미는 무대, 그 속엔 명곡의 뭉클한 감동과 가수들이 가진 인생사의 공감이 녹아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