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다양성 논란' 아카데미..이병헌이 지니는 상징성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02.29 16: 54

배우 이병헌이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 자체로도 값진 상황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감안했을 , 이병헌이 지니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이병헌은 29일(한국시각)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다.
이병헌은 이날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시상한 부문은 외국어 영화상. 할리우드 영화가 중심인 아카데미에서 다양성을 대표하는 부문에 아시아 배우 이병헌이 시상자로 나선 것이다.

이병헌은 침착하면서도 능숙하게 시상을 진행했다.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하면서 입증된 영어 실력을 뽐내며 이질감 없는 시상으로 팬들을 뿌듯하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이병헌이 지니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앞으로 아카데미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잔치' 논란을 의식하듯, 시종일관 흑인들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선 사회자인 크리스 록은 오프닝에서 "흑인들이 후보에 없다. 그걸 탓하기 전에 흑인들이 좋은 역할을 맡지 못하는 구조를 문제 삼아야 한다. 흑인들도 좋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시상식 전체적으로도 흑인들의 줄곧 등장했다. 극장 앞에 찾아가 흑인들의 인터뷰를 한 크리스 록은 오스카 트로피를 흑인들에게 전달하며 흑인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트로피를 받아든 흑인들은 "이 세상에는 아시아인, 히스패닉, 흑인 등 재주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라고 외쳐 시상식장에 모인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속에 흑인 캐릭터를 넣는 패러디 영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시상식 참석자들에게 쿠키를 나눠준 걸스카우트 소녀들 역시 모두 흑인 소녀들이었다.
이처럼 다양성에 유독 신경을 쓴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병헌이 시상자로 나섰다는 것 역시 매우 상징적이다. 특히나 그가 외국어 영화상을 시상했으니 그 의미는 더욱 깊다 하겠다.
한편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은 '스포트라이트'에게 돌아갔으며 감독상은 '레버넌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 돌아갔다. / trio88@osen.co.kr
[사진] AFP BB=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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