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가 오스카에 참석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레이디 가가는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주제가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평소 그로테스크한 의상으로 주목 받았던 가가는 이날만큼은 흰 드레스로 우아함을 뽐내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녀가 흰 드레스를 입을만한 이유는 그녀가 부르는 곡과도 관련이 있다. 가가 부른 ‘Til It Happens To You’가 수록된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는 미국 대학 내 성폭력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 곡이 가가에게 더 특별한 이유는 그녀 역시 19살에 프로듀서로부터 성폭행 경험이 있다고 지난 2014년 타임지와 영국 피플지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 밝힌 바 있다. 가가는 당시 인터뷰에서 “아직도 고통당하고 있으며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은 젊은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가의 흰 드레스는 성폭행 경험은 피해자 여성의 잘못이 아니며, 그런 경험이 있을지라도 고결한 여성이라는 메시지를 내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녀의 무대는 소개자도 특별했다. US 위클리지 보도에 따르면 그녀의 공연에 앞서 조 바이든 부통령이 깜짝 등장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학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해 2014년부터 시작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It's On Us) 운동을 언급했다. 그는 “너무 많은 여성과 남성이 대학에서 성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통령의 소개로 등장한 레이디 가가는 “이것은 실화”라는 코멘트 뒤에 그랜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Til It Happens To You’를 열창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레이첼 맥아담스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88회 아카데미 영화 주제가상은 ‘007 스펙터'에서 'Writing's On the Wall'을 부른 샘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가가의 메시지와 감동은 이번 수상과 관계없이 역대급 무대로 기억될 전망이다. /sungru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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