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마저’ 버두치 공포는 진짜인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1 09: 15

조상우 팔꿈치 통증에 넥센 비상
급격한 이닝 증가, '버두치 이론' 재조명
마냥 건강하게만 보였던, 하지만 ‘버두치 리스트’의 위험인물 중 하나로 지목됐던 조상우(22, 넥센)의 팔꿈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어린 선수들의 몸 관리를 좀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라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넥센은 29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조상우가 김진섭 정형외과와 CM충무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팔꿈치 주두골 피로 골절이라는 소견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조상우는 지난 2월 26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며 조기 강판됐다. 검진을 위해 조기 귀국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향후 치료 및 재활 방안은 아직 미정이다.
인대 쪽의 손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뼈가 그간의 피로도를 버티지 못해 금이 간 상태로 추측된다. 한 구단 트레이너는 “팔꿈치 피로골절은 보기 드물기는 하지만 아예 없는 사례는 아니다. 선수마다 회복 기간이 많이 다르기도 하다”라면서 “정확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발표대로라면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라고 우려했다. 시즌 개막 대기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다. 의외로 긴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 넥센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조상우는 올해 선발 전환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그 구상이 마운드에 서 보기도 전에 암초를 맞이했다. 만 22세 투수의 팔꿈치 부상은 분명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많은 공을 던진 것이 그 요소 중 하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어쩌면 결정적일 수도 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해 5경기, 8이닝을 던진 조상우의 투구 이닝은 지난 2년간 수직상승했다. 2014년 정규시즌에 69⅓이닝, 포스트시즌에 8⅔이닝 등 총 78이닝을 던졌다. 2015년에는 향상된 기량과 팀 내 입지, 늘어난 경기수만큼 더 던졌다. 정규시즌 70경기에서 93⅓이닝, 포스트시즌 6⅓이닝을 합쳐 99⅔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 쉴 틈도 없이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 참가해 피로도가 극심했다.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의 투구 간격과 투구수를 조절했다. 나름대로의 관리였다. 지난해 총 1517구 중 30개 이상 구간의 투구수(103개)는 6.8%였다. 전체 70경기 중 연투는 14경기, 3연투는 딱 2경기뿐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불펜투수로서는 많이 던진 것이 분명했다. 이런 조상우의 올 시즌 모습은 ‘버두치 리스트’를 신뢰하는 일부 전문가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버두치 리스트’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컬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2008년 발표한 이론이 시발점이다. 당시 버두치는 “만 25세 이하의 투수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을 초과해 던지면 부상 위험도가 크게 늘어난다”라는 주장을 폈다.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은 아직 골격이 완벽하게 형성된 단계가 아니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이닝 관리로 몸이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게 버두치 및 일부의 주장이다.
버두치는 후일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이 기준에 일치되는 선수 중 55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이 중 84%인 46명이 부상을 입었거나, 혹은 부진(평균자책점 0.50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사례가 늘어나자 한 컬럼니스트가 제기한 이론은 ‘버두치 효과’라는 단어로 발전했다.
한국에도 이런 이론을 적용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도 그런 투수들이 적잖이 있었다. 우려를 모았던 몇몇 선수들은 안타깝게도 실제 수술대에 오르며 ‘버두치 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됐다. 2013년 60⅔이닝을 던지며 한화 마운드의 신성으로 떠오른 이태양은 2014년 153이닝을 던진 뒤 2015년 시즌을 맞이하고 못하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2010년 41⅔이닝을 던졌던 이용찬(두산)도 2011년 129이닝, 2012년 162이닝을 던진 뒤 2013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2007년 23이닝에서 2008년 80이닝, 2009년 182⅓이닝으로 이닝수가 급격히 늘어났던 조정훈(롯데)도 2010년 62이닝을 끝으로 더 이상 1군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버두치 리스트의 선수들은 대다수 성적이 떨어졌으며 심지어 리그를 제패한 일부 에이스들도 급격한 이닝 증가 뒤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하듯 투수의 부상은 여러 가지 요인의 복합이다. 다른 부위의 부상이 팔꿈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현실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코치는 “대안이 많은 MLB는 그렇게 이닝 관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면서 “전년도에 50이닝을 던진 투수가 있다고 치자. 이 선수가 선발로 자리를 잡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80이닝에서 끊을 수 있는 지도자가 있을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교 시절부터 혹사당하는 선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다. 다만 선수들의 몸 관리에 대해서는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에서도 수술을 한 선수들의 이닝에 철저한 제한을 두는 경우가 흔하다. 버두치 이론이 옳든 그렇지 않든, 감과 선수의 말에 의존한 몸 관리의 시대가 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