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유아인이 더 독해져 돌아왔다. 이로 인해 김명민과의 대결 구도가 극으로 치닫게 됐는데, 이것이 곧 극적 재미와 긴장감으로 이어져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눈물로 써내려간 유아인의 연기는 비장함 가운데 섹시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이방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국가와 백성 개개인의 관계를 담아내고 있다. 용으로 명명된 6명은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았고 이는 곧 조선 건국으로 이어졌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 과정 속에서 국가는 각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단 하나의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각각의 관계성 역시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모두가 개연성을 가지고 행동을 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을 설득시킨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유아인이 연기하고 있는 이방원이다. 역대 최고 젊은 이방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 속 이방원은 현재 정도전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간 정도전을 도와 건국에만 힘을 쏟던 이방원은 새 왕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는 좌절했다. 그리고 곧 꿈틀거리던 욕망을 폭발시키며 왕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과정에서 이방원은 무명이라는 조직의 손을 잡고 정도전을 막아설 방법을 끊임없이 강구했다. 정도전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이방원은 군왕5칙을 알고 있음을 밝혔고,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덫을 놓으며 거듭 대립했다. 결국 이방원은 정도전의 뜻에 따라 목숨까지 걸고 명으로 향하게 됐는데, 이 때도 이방원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잡았다. 그리고 그는 지난 29일 방송된 43회에서 더 독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정도전을 마주했다.
이같은 세월의 흐름은 유아인의 수염으로 표현이 됐는데, 달라진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아인은 더욱 독해지고 강해진 이방원의 심리를 싸늘한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해냈다. 자신의 사람인 무휼이나 분이(신세경 분)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이었지만, 적인 정도전 앞에서는 서늘함 그 자체였다.
세자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만 뒤로는 정도전을 향해 섬뜩한 눈빛을 해보인 것. 그리고 이는 방송 말미 그가 정도전을 향해 던진 치명적인 독수와 맞물려 앞으로 펼쳐질 잔혹한 왕자의 난을 예상케 해 짜릿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시청자들은 이미 역사를 통해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며 집중하게 되는 건 바로 유아인의 한 치 앞도 예상 불가능한 명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여가와 단심가, 선죽교의 비극이 이미 여러 사극에서 여러 차례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손꼽아 기다리고 탄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연기마저 섹시한 유아인의 진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