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결말까지 단 1회만을 남겨 두고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캐스팅 단계서부터 쏟아졌던 우려를 뒤로 하고 케이블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 수록 적어지는 남자 주인공 박해진의 분량과 산으로 가는 스토리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쌓여 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둘러싸고 갖은 내홍과 구설수가 따랐지만, 그럼에도 지난 15회를 돌아보면 주연 3인방 박해진·김고은·서강준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먼저 ‘치인트’ 흥행의 일등공신이었던 유정 역의 박해진이 보여 줬던 연기는 가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배우들이 나름대로 캐릭터를 재해석했다면, 박해진은 원작의 유정을 살리는 것에 주력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유정학 박사’라고 불릴 정도로 유정을 연구하는 데 골몰했던 박해진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고개의 각도부터 눈빛까지 ‘유정 맞춤형’으로 계산해 선보인 그의 연기에 보는 이들도 열광했다. 의상에서 대학생다움을 살리기 위해 롤업 팬츠와 백팩, 스니커즈를 고집했다는 그의 말에서 프로정신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전개상 다소 변한 유정의 모습에 가장 아쉬움을 표했던 것도 박해진이었다.
홍설 역의 김고은은 원작 속 인물의 예민함을 벗고 ‘러블리’를 추가하며 호평받았다. 사실 홍설은 캐스팅 직전까지도 원작 팬들의 걱정 섞인 불만을 들었던 캐릭터였다. 배우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를 봐도 이 같은 ‘본격 여대생’ 역할은 없었다. 그러나 김고은은 평범한 가운데 귀여움과 허술함이 녹아 있는 자신만의 홍설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켰다.
김고은은 가족들에게 희생을 요구당하는 장녀이면서도 학교에서는 성실함과 정직함 때문에 이용당하는 홍설의 안쓰러운 모습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드라마 속 홍설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해를 보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준 홍설의 모습은 “속 시원하다”는 찬사를 듣기 충분했다.
그런가하면 백인호 역의 서강준 역시 성장 과정에서 입었던 상처를 눈빛으로 표현할 줄 알았다. 껄렁껄렁한 태도와 거친 말투 속에서도 항시 촉촉하게 젖어 있는 눈은 애틋함을 줬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숨김 없이 표출하며 그야말로 ‘막 사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얌전해지는 백인호가 애잔함을 남겼다.
이처럼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주연 3인방의 연기만은 살아 남았다. 결말에 따를 필연적 아쉬움에 앞서 마지막회까지 이들의 고군분투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