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은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과 유일하게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 본 비범한 여대생의 숨막히는 스릴로맨스를 표방했다. 그런데 로맨스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졸지에 정신이상자로 전락한 캐릭터들만 남았다.
1회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 마지막화에서 홍설(김고은 분)은 백인하(이성경분)에게 떠밀려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이 때문에 유정(박해진 분)의 분노는 폭발했다. 백인하는 자신을 외면한 유정을 탓하며 경찰서에서도 소리를 질렀다.
결국 백인하는 유정의 아버지 유영수(손병호 분) 때문에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백인하는 "아저씨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날 여기에 쳐넣냐. 유정 걱정하면서 나한테 물어볼 땐 언제고. 내가 왜 여기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하냐"고 난동을 부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건 백인하였지만 유정 역시 자신의 비이성적인 심신 상태를 깨달았다. 그는 입원한 홍설 곁을 밤새 지키며 "처음엔 나도 몰랐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줄은. 그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그냥 난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너만 내 옆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해할 수 없었어. 사람들이 왜 그런 얼굴로 날 보면서 원망하는지. 그런데 이젠 알 것 같아. 내가 짓밟은 건 그들의 마음이고 감정이었다는 걸. 그게 얼마나 아픈 건지. 난 왜 몰랐을까. 결국 네가 이렇게 되고서야. 내 옆에 있으면 넌 또 상처받고 다치게 될지도 몰라"라며 눈물을 쏟았다.
난데없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정신병(?)을 깨달은 유정은 유영수에게도 "아버지 전 시간이 필요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넌 나처럼 되질 않길 바랐다"는 그에게 유정은 "아버지랑 저 참 많이 닮았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주된 캐릭터 네 명 중 두 명이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비단 둘 뿐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치즈인더트랩'은 짜증 유발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남주연(차주영 분), 손민수(윤지원 분), 허윤섭(이우동 분), 오영곤(지윤호 분), 김상철(문지윤 분), 이다영(김혜지 분) 등이 그것. 다만 이들 캐릭터들은 극의 전개를 위한 장치였다. 그럼에도 비이성적인 인물들이라 시청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마지막회로 갈수록 홍설의 가족들도 변질됐다. 남아선호사상에 가부장적인 아버지 홍진탁(안길강 분)은 물론 엄마 김영희(윤복인 분)와 동생 홍준(김희찬 분)은 홍설이 백인호의 누나 때문에 다쳤는데도 유정을 원망했다.
퇴원한 홍설을 찾아 온 백인호(서강준 분)에게는 따뜻하게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해 준 것과 사뭇 달랐다. 홍준은 유정과 헤어진 홍설에게 "백인호가 볼수록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넌지시 건넬 정도. 이전부터 백인호를 가족 같이 아끼긴 했지만 막판에 뜬금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결국 홍설 홀로 남았다. 유정과 백인호 모두 그의 곁을 떠났다. 백인하는 안정을 찾고 하재우(오희준 분)과 연애를 즐겼다. 백인호는 음대에 합격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마음껏 치게 됐다. 장보라(박민지 분)와 권은택(남주혁 분)도 연인 사이가 됐다.
졸업 후 취업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홍설은 길을 걷다가 유정을 닮은 남자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헤어진 지 3년이 지났지만 그에게 꾸준히 메일을 보내고 있던 홍설. "선배에게 어쩌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라고 조용히 읊조리고 돌아선 순간 홍설이 보낸 메일을 유정이 읽었다. 둘 사이는 그렇게 열린 결말로 끝났다.
이쯤 되니 끝까지 지켜 본 시청자들이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다. 해피도 새드도 아닌 모호한 엔딩을 기다린 게 아닌데 말이다. 정신이상자 캐릭터가 난무했던 '치즈인더트랩'. 이렇게 끝나다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comet568@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