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논란 만큼 황당한 결말이었다. 아직까지도 뜬금 없는 마무리의 대명사로 회자되며 각종 패러디에 쏠쏠히 사용되고 있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 엔딩 장면의 위엄도 넘어설 듯하다. 시원하고 개연성 있는 마무리로나마 그간의 오명을 떨쳐내길 기대했건만,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는 그러지 못했다. 역시나 엔딩에서 주인공 박해진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지난 1일, ‘치인트’의 마지막회가 방송됐다. 초반에는 생각보다 근사하게 빠진 드라마 퀄리티로 대중을 들썩이게 하더니, 후반에는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치인트’를 보지 않던 이들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했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의 결말에는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치인트’의 원작자 순끼가 드라마 제작 초반 공유했던 웹툰의 엔딩과는 다른 결말을 내 달라고 요구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까지 했으니, 보는 눈은 더욱 많아졌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한 ‘치인트’의 엔딩은 허무하기 그지 없었다. 먼저 15화가 끝날 무렵 홍설(김고은 분)은 그에게 앙심을 품은 백인하(이성경 분)에 의해 도로로 떠밀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이미 14회 말미 공개된 예고에서도 이 장면이 살짝 등장하며 ‘막장’의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는데, 마지막화에서 홍설에 대한 유정(박해진 분)의 죄책감을 키우는 역할로 쓰일 줄이야.
유정은 결과적으로 여자친구를 다치게 한 자신과 끝내 홍설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탓했다. 끝내 두 사람은 헤어졌고, 유정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반성한 백인하가 홍설에게 유정의 출국 시간을 일러줬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뻔한 3년이 흘렀다.
그 동안 백인호(서강준 분)은 피아노를 되찾았고, 유정과 서먹했던 관계를 풀었으며, 백인하와도 화해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백인하는 안정을 찾고 하재우(오희준 분)와 연애를 시작했다. 장보라(박민지 분)와 권은택(남주혁 분)도 여전히 행복했다. 심지어 홍설도 원하는 회사에 취직해 가장 어렵다는 ‘평범한 삶’을 산다. 그런데, 유정이 뭘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공항에서 누구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선 유정의 뒷모습이 슬펐다. 이윽고 3년 뒤 귀국한 유정은 공교롭게도 홍설과 같은 시간 같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그러나 유정이 눈 아래 점이라도 찍고 돌아온 것인지, 홍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것이 최종회 속 유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유정이 그 장면에서 홍설과 마주쳤는지도 모를 정도로 카메라 한 번을 받지 못한 채였다.
유정의 근황으로 확인된 것은 홍설이 3년 동안 꾸준히 나눠 보낸 ‘15통’의 편지를 내내 읽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 어느날 한 통을 읽었다는 것이다. 홍설의 메일함에서 유정에게 보낸 편지 하나가 ‘읽음’ 상태로 변하는 순간, 갑작스런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귓전을 울렸다. “설아~!”
도대체 누구를 위한 마무리이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결말이었을까. 사실 ‘치인트’에서 남자 주인공이 엔딩에 전혀 등장하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아주 적은 비중을 할애받는 상황은 늘 있던 일이라 이제 익숙해질 법도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최종회까지 엔딩에서 유정 선배를 찾아야만 하는 신세가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다. 결국 ‘치인트’는 이 드라마를 둘러싸고 벌어진 파행 만큼이나 길이 기억될 불명예적 엔딩을 남기고야 말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