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연하남 캐릭터가 흥했던 것도 잠시, 듬직한 선배들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유정 선배’ 박해진의 달달한 눈빛이 월요일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달구면 ‘시그널’의 ‘재한 선배’ 조진웅이 선사하는 애틋함이 한 주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선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는 극 중 여자 주인공들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 덕이다. 유정 선배는 여자친구 홍설(김고은 분)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만의 방식으로 도와 주는 ‘키다리 아저씨’고, 재한 선배는 차수현(김혜수 분)에게 냉정한 모습으로 일관하다가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존재다. 두 배우 모두 건장한 체격 덕에 안기고 싶을 만큼 넓은 어깨와 품을 지녔다는 점도 설렘 포인트다. 대세가 된 유정 선배와 재한 선배의 매력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자.
#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유정 선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연인이란, 나 말고 다른 이들에게 따뜻하지 않은 남자 혹은 여자일 것이다. 완벽한 외모와 뛰어난 능력에 재력까지 갖췄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유정 선배는 우선 이 조건을 완벽히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인이다. 거기다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설이는 나랑 사귀는데?”라고 공표할 수 있는 당당함, 여자친구를 괴롭히는 이들에게 빠짐 없이 몇 배의 복수를 해 주는 통쾌함까지 보여 줬다.
다소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이조차 홍설과의 끊임 없는 부딪힘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이대 ‘만인의 연인’을 독차지한 홍설이 부러워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드라마계의 선배 열풍을 주도한 것은 단연 유정 선배였다.
# 진짜 ‘츤데레’란 이런 것, 재한 선배
곰 같은 덩치에 부조리를 보면 참지 않는 불 같은 성격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순정남이기도 하다. 그런 재한 선배가 진양경찰서에 발령 받은 신참 경찰 차수현(김혜수 분)에게는 유독 차가운 태도다. 홍일점에게 숙직실을 따로 빼 준 반장의 배려에 발끈하며 차수현을 향해 “여자짓 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재한 선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차수현에게 숙직실을 양보한 것은 재한 선배다. 투덜거리면서도 운전에 서투른 차수현 옆 조수석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도, 진양서의 마스코트가 돼 버린 차수현의 커피 심부름을 거들어 준 것도, “경찰 못 하겠다”는 차수현을 위로하고 곶감까지 건넨 것도 전부 재한 선배였다. 가장 엄격했지만, 가장 다정하기도 했다. 재한 선배는 차수현에게 있어 15년을 가슴에 품어도 떳떳한 남자였다.
# 함정은 상철 선배
‘치인트’의 초반 흥행을 이끈 데는 주연 박해진과 김고은의 호연도 주효했지만, 상철 선배(문지윤 분)로 대표되는 캠퍼스 ‘진상’들의 사실적 연기도 크게 한 몫했다. 상철 선배는 학교를 대체 몇 년 째 다니는 건지 궁금해지는 복학생으로, 술자리에서는 누구보다 호탕하지만 강의실에서는 후배들에게 빌붙기 일쑤인 ‘진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유정 선배도, 재한 선배도 아닌 상철 선배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시그널’ 홈페이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