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롤'이 2016년 첫 아트버스터로 탄생한 가운데 '만약 주인공들을 한국 배우가 연기한다면?'이란 기분 좋은 상상이 관객들에게 퍼지고 있다. 얼마나 주연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캐롤'은 지난 1일까지 누적관객수 30만 1,858명을 기록했다.
개봉 6일만에 10만 명 관객 돌파, 11일만에 2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개봉 27일만에 30만 명 관객을 돌파하며 2016년 새해 첫 아트버스터다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
청소년관람불가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캐롤'이 이와 같은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입소문이다. 관객 평점에 있어 20대 여성의 폭발적인 호평이 온라인과 SNS상의 뜨거운 입소문으로 이어져 8.6점대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토드 헤인즈 감독의 연출력과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의 섬세하고도 드라마틱한 열연, 1950년대를 완벽히 재현한 아름다운 프로덕션 등이 호평을 받으며 재관람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내 관객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한국 여배우들은 김혜수-천우희 조합이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매혹적인 캐롤 역에 현재 드라마 '시그널'에서 독보적인 여배우임을 증명하는 김혜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테레즈 역에는 영화 '해어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천우희를 상상하고 있는 것. 두 여배우 모두 스크린에서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게 감성 연기를 펼칠 줄 아는 연기파란 공통점이 있다.
한편 '캐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비록 비운의 걸작이 됐다. 2월 29일(한국시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캐롤'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과 더불어 각색상·촬영상·의상상·음악상 등 여섯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무관에 그쳐야 했다. 경쟁작들이 너무 강력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비운의 걸작'이라 부르기에는 이런 흥행의 달콤함이 있다.
'캐롤'은 인생에 단 한 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랑을 만난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이다. 범죄 소설의 전설적인 캐릭터 '리플리'를 탄생시킨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 nyc@osen.co.kr
[사진] OSEN DB, '캐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