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피의 전쟁이 머지 않았다.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선 건국 이후 등을 돌린 이방원(유아인 분)과 정도전(김명민 분). 스승과 제자에서 정적이 된 두 사람의 대립이 회를 거듭할수록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잔혹하고도 처절한 피의 전쟁이 닥쳐올 것이다.
지난 1일 방송에서는 ‘사병 혁파’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모습이 그려졌다. 여기에 신덕왕후(김희정 분)까지 합세하며, 조선의 권력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낭떠러지 끝까지 밀린 이방원은 명나라의 세력을 끌어들여 정도전을 치려 했다. 이른바 ‘표전문 사건’이다. 명이 조선의 권력을 쥐고 있는 정도전을 책임자로서 명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정도전은 명의 부름을 따르지 않았다. 이성계(천호진 분)와 신덕왕후 강씨도 정도전이야말로 세자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잠자코 기다리고만 있을 이방원이 아니었다. 이방원은 과거 깊은 인연을 맺었던 조말생(최대훈 분)을 불러들여, 정도전을 자극했다. 조말생이 성균관 유생들을 이끌고, 정도전이 명에 가야 한다는 상소를 올린 것이다.
날카롭게 자신에게 달려드는 비난 속에서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이번엔 제가 졌습니다. 허나 저 또한 아직 독수는 두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도전은 결단을 내렸다. 단, 그가 내린 결단은 명나라로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관직에서 사퇴하고 권력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모든 권력을 쥐고 있던 정도전은 조정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이방원은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 속에서 아버지 이성계를 찾아 나섰다. 이성계는 숨을 거둔 신덕왕후를 위해 절을 짓겠다며 한양을 떠난 상태. 이방원은 이숙번(차용학 분)으로부터 전달받은 장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곳에 이성계는 없었다.
같은 시각 이성계는 정도전과 만나고 있었다. 정도전은 요동정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방원은 정도전이 사병을 혁파하기 위해 ‘요동정벌’이라는 가짜 패를 내놓았다고 생각했다. 3할의 가능성밖에 없는 일인 것. 과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것도 요동정벌은 성사시키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판세가 뒤집혔다. 명나라 황제 주원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때문에 정도전은 요동정벌을 서둘러 진행한 것이다. 주원장이 위독하다면, 명나라의 정치 상황이 어지러울 것이고 변방인 요동지역까지 신경 쓰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다. 무명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이방원은 통감했다. “이것이었구나. 내 떨림과 불안의 정체가..”라는 이방원의 읊조림은 시청자를 흥분시켰다.
‘육룡이 나르샤’는 역사가 스포인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스토리, 쫄깃한 전개, 배우들의 명연기 등이 어우러져 매회 시청자를 긴장시킨다. 서로 치명적인 독수를 주고 받은 이방원과 정도전. 여기에 정도전의 요동정벌은 이방원의 킬본능을 한껏 앞당겼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머지 않아 펼쳐질 잔혹한 피의 전쟁에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