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이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결말로 시끄러운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가뜩이나 드라마 전개를 둘러싼 논란, 이에 대한 제작진의 미온적 대처로 실망을 안긴 가운데 결말까지 고구마가 쌓인 듯한 이야기였던 까닭에 시청자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안방극장을 떠났다. 드라마 초반 로맨스와 스릴러 장르의 결합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이 드라마는 유정(박해진 분)이 왜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백인호(서강준 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개연성보다는 삼각관계에 치중하는 이야기로 문제가 됐다.
이러다 보니 유정의 왔다갔다 하는 감정선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유정과 인호 사이를 오고갔던 홍설(김고은 분)은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기에 원작자인 웹툰 작가 순끼가 6회 이후 드라마 전개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5년간 이어온 웹툰 결말과 드라마 결말이 겹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제작진의 충분한 사전 공유가 없었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제작진은 뒤늦게 순끼 작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이미 일부 팬들은 삼각관계에 중심이 쏠리면서 주인공인 유정의 감정선이 전달되지 못한 것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을 요구하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여기에 마지막 회에서 유정과 홍설이 끝내 재결합하지 못하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면서 불만이 폭발했다. 어떤 결말이든 드라마에 대한 아쉬운 시선은 존재했겠지만 삼각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유정과 홍설의 행복한 결말을 바랐던 많은 팬들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린 일이었다.
드라마는 영화나 다른 영상 작품과 달리 드라마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 여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로맨스 드라마에서 행복한 결말을 바라고 있기 때문. 많은 시청자들이 유정과 홍설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하고 감정 이입을 했기 때문에 이 같은 홍설이 유정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열린 결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모두 소설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된 ‘파리의 연인’, 주인공 두명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지붕뚫고 하이킥’, 예상치 못한 비극 속 뒤늦게 사랑의 감정을 깨달은 여자 주인공의 허무한 결말이 그려졌던 ‘발리에서 생긴 일’이 제작진이 ‘드라마틱한’ 결말을 내세우면서 시청자들을 강하게 배신했던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판타지 요소를 즐기며 이른바 푹 빠져서 보는 이들이 많은 국내 시청자들로서는 제작진의 창작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전개와 결말에 대한 설득력이 없다면 그동안 시청한 시간이 참 허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작진으로서는 창작 영역이라고 설명해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드라마 시청 형태가 낳은 결과물이다.
‘치즈인더트랩’은 끝났다. 드라마 중반 이후 드라마 전개부터 제작진에 대한 불만이 쌓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종영 후에도 한동안 시끄러운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개월간 이 드라마를 보겠다고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이 왜 제작진 성토대회를 하고 있는지, 제작진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치즈인더트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