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안 본 눈 삽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주인공 실종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논란으로 방송가를 시끄럽게 만들더니 결말 역시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웹툰이라는 원작의 방향을 완전히 무시한 듯한 결말에 시청자들은 차라리 드라마를 원작으로만 남겨둘 걸 그랬다는 반응이다.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달콤한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과 유일하게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비범한 여대생의 숨 막히는 로맨스릴러로, 만화가 순끼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인기리에 연재 중이던 웹툰인 만큼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원작팬들의 관심과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이처럼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치인트’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논란을 겪어야 했다. 바로 유정 역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박해진이 정작 극중에서는 ‘실종’됐다는 점이다.
‘로맨스릴러’라는 장르의 이름을 빌려 로맨스 대신 스릴러에 치중해 유정을 소름끼치는 싸이코패스로 그렸다는 것 역시 문제였지만, 아예 화면에서 그를 찾아보는 일조차 어려웠다. 심지어 종영을 2회 앞둔 14회에서는 총 7분 남짓한 시간만이 박해진에게 주어졌다.
이쯤 되니 문제는 드라마 밖으로도 이어졌다. 원작팬들은 ‘치즈인더트랩’이 아니라 ‘유정인더트랩’이 아니냐며 제작진을 향해 문제를 제기했고, 박해진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웹툰 원작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 출연한 것인데, 지금은 어디에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촬영을 안 한 것도 있는데, 한 것도 편집을 하셨더라”라고 밝혔다.
또한 유정 역을 맡은 것을 후회 하냐는 질문에 “말했다시피 내가 끼운 첫 단추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그냥 '치즈인더트랩'을 웹툰으로 남겨둘 걸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당사자인 박해진이 가장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
결국 결말에 다다르자 팬들도 이미 반쯤 포기한 듯 엔딩이 어떻게 되든 드라마 ‘치인트’는 이미 우리가 기대하던 원작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작품이 됐다는 의견을 늘어놨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치인트’의 결말은 어느 누구 하나 만족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무엇보다 그냥 원작으로 남겨둘 걸 그랬다는 박해진의 말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놀라운 싱크로율로 기대를 모았고 그 기대를 실현시켜줬던 그의 결심이 고작 7분의 분량으로 돌아왔다. 드라마는 이미 끝났지만, 원작만큼의 재미와 싱크로율을 기대했던 팬들과 부푼 마음을 안고 촬영에 임했을 배우들의 노력은 누가 보상해줄까. / jsy901104@osen.co.kr
[사진] tvN 제공, ‘치즈인더트랩’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