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종영을 향해 내달릴수록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철혈군주가 되는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선 건국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 등 우리가 역사 혹은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익히 많이 들어왔던 인물들의 살벌한 정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3할의 가능성에도 움직이던 이방원과 7할의 가능성이 아니라면 쉬이 나서지 않는 정도전의 싸움은 늘 긴장감을 형성하곤 했다.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 방법이 판이하게 달랐던 정도전과 이방원은 서로의 목숨줄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결국 독수를 두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늘 따라다니는 '역사가 스포'라는 말처럼, '외화도 회군', '선죽교 비극', '두문동 화재', '요동정벌', '왕자의 난' 등은 너무나 잘 알려진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의문의 조직 '무명'과 가상의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배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는 신라 시대를 다룬 '선덕여왕'과 세종의 '뿌리 깊은 나무'를 잇는 작품으로 등장인물은 물론 대사 하나까지 완벽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무휼(윤균상 분), 이방지(변요한 분), 그리고 정도전의 밀본은 '육룡이 나르샤'와 '뿌리 깊은 나무'를 이어주는 요소. 그리고 '선덕여왕'은 무명을 통해 그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난 43회에서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비담같다"고 말해 다시 한번 '선덕여왕'을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치밀하게 짜여진 '육룡이 나르샤'는 지난 1일 방송된 44회에서 또 한 번 소름끼치는 구성력을 자랑하며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바로 정도전과 이방원의 성격이다. 3할의 가능성만으로도 움직이는 이방원은 자신과 달리 7할의 가능성은 되어야 움직이는 정도전을 주목했다.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사라진 정도전으로 인해 오히려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던 이방원은 정도전이 사병을 혁파하기 위해 요동정벌이라는 허패를 내놓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요동정벌은 3할의 가능성 밖에 없었고, 정도전 역시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명나라 황제 주원장이 위독한 상황이 됐고, 정도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각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세심하게, 또 설득력 있게 그려내 상상 이상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 정도전도, 이방원도 절대 선인 혹은 절대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 것 또한 '육룡이 나르샤'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육룡이 나르샤'는 44회라는 긴 회차를 이어오면서도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정도전의 속셈, 독수를 알게 된 이방원은 곧 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왕자의 난'이 일어나게 되는 것. 더 강해지고 더 독해진 이방원이 보여줄 정도전과의 마지막 대결은 어떤 파장을 낳게 될까. 그리고 김명민과 유아인은 또 얼마나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잡을지, 이제 종영까지 단 6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