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을 장식한 인상 깊은 장면이다. 박진영은 한 가요 시상식 무대에서 건반을 연주하던 중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건반에 발을 올렸다.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에 어떤 이들은 경악했고, 어떤 이들은 ‘흰둥이 퍼포먼스’라며 폭소했다.
그런데 박진영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 그는 “사람들이 왜 웃는지 모르겠다”며 “원래 준비한 퍼포먼스는 아니었는데 너무 신나서 발로 치게 되더라”고 순진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박진영이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남자.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에 미치고 결국에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그가 하는 음악이다.
음악에는 인간 박진영의 인생이 담긴다. 누군가와 엘리베이터 안에서 뜨거운 사랑을 하고, 대낮에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한다. 결혼한 옛 여인을 향해 ‘네가 사는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노래하거나 엉덩이가 예쁜 여자를 보며 어머님이 누구냐고 세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데뷔 전부터 써온 곡들을 쭉 이어 붙이면 박진영의 삶이 된다. 이에 그의 콘서트는 한편의 드라마가 되기도 하는 바다.
핵심은 진정성. 박진영이 후배 가수들에게 요하는 제1조건 역시 진정성이다. 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SBS ‘K팝스타’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몸에 힘을 빼고 부르라’거나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라’는 주문은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실제 성격과 매력이 노래 속에 그대로 묻어나는 참가자의 노래에 감동한다.
잘하는 참가자의 노래에 흠뻑 빠져 만세를 부르고 손을 흔들거나, 물개박수를 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얼굴이 굳어버린다. 그의 표정만 봐도 참가자의 합격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 이 또한 심사위원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부분일 것이다.
열정이 진정성으로 이어질 때가 무섭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박진영이다.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은 물론, 노래와 댄스 실력도 국내 정상급이다. 한류를 주름잡는 후배가수들을 수두룩하게 양성해내면서 프로듀서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박진영은 국내 대중음악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93년도에 데뷔해 23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 god, 비, 원더걸스, 2PM, 2AM, 미쓰에이, 갓세븐 등을 키워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무수한 히트곡들을 만들어냈음은 물론이다. 세련되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새로운 시도로 가요계 흐름을 이끌어왔고, 대중적으로 사랑 받아왔다. 가수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의 곡을 선곡해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양현석 대표는 한 프로그램에서 "오디션 참가자들이 박진영의 곡을 정말 많이 부른다.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고, 대중적인 코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진영은 아직도 불태우고 있다. 여전히 후배 가수들에게 귀감을 줄만한 신곡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2015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남자부문에 선정되며 변함없는 저력을 보여줬다.
에너지도 여전하다. 다양한 무대에서 열정을 불사르고, 지난 1일에는 고양 한스타 연예인 농구 대잔치에서 MVP를 받으며 체력적으로도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이 또한 음악을 향한 열정. 좀 더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철저한 자기관리로 만들어낸 성과다.
박진영에게 묻고 싶다 어머님이 누구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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