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종영했다. 시청률 7%를 넘기며 tvN 월화극 사상 유례없던 시청률을 일궈냈고, 캐스팅 단계부터 종영까지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보다 큰 이슈를 불러모았음에도 여기저기 손가락질 투성이다.
앞서 제작진이 내놓은 사과문에도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 있어 논란의 불씨를 끄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해당 스태프로 추측되는 이가 SNS에 '치인트'를 비난하는 시청자를 역비난해, 또 한 번 잡음이 일고 있다. 여전히 왜 '치인트'가 왜 욕을 먹는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핵심 포이트 셋을 꼽았다.
◇원작 캐릭터 파괴
'치인트'가 온전히 제작진에 의해 창조된 드라마였다면, 유정(박해진 분)을 당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로 그려내고, 홍설(김고은)을 어장관리녀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일부에서 볼멘소리는 냈을 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만든 사람 마음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원작 웹툰이 있었다는 데 있다. 원작자가 매체가 다르니 변화를 허용했다 하더라도, 웹툰을 봐왔던 팬들이 드라마 '치인트'에 원했던 것은 그래도 5년여간 애정했던 캐릭터들이 두 달 만에 왜곡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했다.
이 문제가 '자칫' 분량 문제로 치부되는 것도 어떤 점에서는 문제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팬덤이 갈려서 분량 문제를 다투는 경우는 언제나 있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전 '치인트'를 홍보 할 때나, 해외 판권을 사전 판매할 때, 아니 당장 매회 본방송 예고편에서만 해도 박해진을 앞세웠다. 그런데 정작 내용에서 그의 분량이 실종된 것은, 일종의 '낚시'다. 불평이 터질 수 밖에 없는 거다.
◇내용 개연성 붕괴
원작 캐릭터를 파괴했더라도 내용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대다수가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면, (백번 양보해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작 에피소드를 충실하게 따라가던 중 난데 없이 이상한 곳으로 내용이 튀었다. 백인호(서강준)의 스토리. 배우 서강준은 '치인트' 내에서 열연했고, 연기력도 박수 받기 충분했다. 문제는 서강준이 연기한 백인호 캐릭터였다.
백인호 외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11~14회가 그의 인생사, 피아노 콩쿨 도전기에 집중됐다. 잠시 본편을 휴업하고, 스핀오프를 보는 기분에 많은 이가 의아해했던 건 당연하다. 이를 서강준을 향한 비난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런 내용 전개를 난입시킨 제작진의 문제요, 서강준도 일종의 피해자다. (제작진에 따르면 비난이 있기 전 편집을 마쳤다는 15회는 본래 주인공 유정의 분량과 기존 스토리가 되돌아왔다. '편견' 없이 봤더니 그러했다.)
◇원작자·배우와 소통 부재
마음대로 캐릭터를 파괴시키고, 내용을 힘껏 붕괴시켰더라도, 소통만은 꼭 했어야 했다. 원작자 순끼 작가와, 출연 배우들과, 그리고 시청자들과의 소통 말이다.
그래도 원작자는 이런 흐름을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시청자들은 순끼 작가가 6회 이후로 대본을 받아보는 것조차 힘겨웠다는 사실에 어이를 상실했다. 5년 여간 연재중인 작품 엔딩에 대한 제작진과의 공유와, 원활하지 못하게 진행됐던 엔딩 구성이 문제였다.
배우 박해진의 소속사 및 박해진 본인의 불만이 터진 것도 결국 제작진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우선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는데 총력을 다했어야만 했다. 더욱이 생방송 촬영도 아니고 반(半)사전제작이 아니었던가. 시청자가 의아해했던 지점에 대해 함께 궁금해 했을 배우에게도, 충분한 설명이 전해졌어야 했다. 용기 있게 입을 뗀 그를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기대작이었던 '치인트'는 tvN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후속작이나 추후 tvN 드라마에 신뢰도도 깎아먹는데 일조했다. 그저 시청률이 높게 나왔다고, 눈을 감고 귀를 닫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