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5전 6기 엔니오 모리꼬네. 아카데미가 너무 뒤늦게 이들을 알아봤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엔니오 모리꼬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남우주연상과 음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특히 5번의 도전 만에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디카프리오와 6번의 도전 끝에 역시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5수생'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평생의 놀림거리였던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트로피는 5번의 도전 끝에 이뤄낼 수 있었다.
지난 1993년작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디카프리오는 유독 불운한 '대진운' 때문에 단 한 번도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했다.
디카프리오를 이기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지만 디카프리오에게 상을 줬어도 무방했을 만큼 그는 매 작품에서 '인생 연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오스카가 디카프리오를 외면했던 건, '실화 그리고 고통'이라는 아카데미 취향저격 영화들이 디카프리오 후보 노미네이트 때마다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때에도 몸무게 20kg 감량이라는 매튜 매커니히의 열연 탓에 트로피를 내주고야 말았다.
'레버넌트'라는 실화+고통 모두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택한 디카프리오는 결국 5번의 도전 끝에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디카프리오처럼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의 한을 푼 사람이 또 있다. 바로 세계적인 음악 감독 엔니오 모리꼬네. 그의 음악이 들어가지 않은 영화가 없을 정도로 명작들의 음악을 도맡아 온 엔니오 모리꼬네는 유독 오스카와는 인연이 닿질 않았다.
총 6번의 후보 지명으로 오스카에 한발짝 다가서는 듯 했지만 매번 수상에 실패했고 거장에게도 오스카는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그러나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헤이트풀8'으로 엔니오 모리꼬네는 마침내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감격스러운 심정은 수상 이후 무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트로피를 받아 든 모리꼬네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었다. 얼마나 오스카 트로피를 염원했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아카데미의 외면 속에, 거장은 결국 눈물로 장수생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한편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레버넌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 trio88@osen.co.kr
[사진] AFP BB=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