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역대급 비난여론 속에서 종영했다. 방송 초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퇴장이다.
초반 캐스팅에 대한 우려가 씻겨나가고, 시청률 7%를 넘어서며 tvN 월화극 사상 유례없던 성과를 일궈내며 자축했던 게 얼마 전이다. 이후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보다 관심을 불러모으며 이슈를 생성했다.
상황은 역전됐다. 기존 캐릭터는 증발했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무너졌으며, 원작은 훼손됐다. 그럴 수 있다. 원작을 TV에 그대로 해석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는 것은 오롯이 제작진의 의지다. 다만 그럴거면 애초에 "원작에 충실"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안됐고, 원작자의 대본 공유 요구를 무시해선 안됐다. 또 변화시킨 만듦새가 어설퍼서는 안됐다. '치즈인더트랩'의 패착이었다.
'치인트'는 끝났지만, 비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태로 포상휴가를 떠나는 이들과, 해당 제작진의 차기작에 대한, tvN의 후속드라마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까지 더해졌다. 사과에 대한 청원, 불매운동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럼 '치인트' 제작진은 어떻게 하면 용서 받을 수 있는 걸까.
◇포상 휴가를 왜
'왜 그렇게 말이 많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까. 보기 싫음 안 보면 되는 거고 다 봐놓고 손가락질을 해댈까. 작품 한 편이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의 열정과 땀이 모여야 한다는걸 당신들은 알고 있을까. 모르면서 잘 알지 못하면서 그만 떠들었으면 좋겠다.'
한 SNS에 '치인트' 드라마 대본과 함께 게재된 글이다. 진짜 '치인트' 스태프가 올렸는지의 진위여부는 현재 tvN이 내부적으로 파악중인 상태다. 해당글은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삭제됐다.
이는 '치인트'가 포상휴가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고생한 스태프가 이런 기회와 시간을 좀처럼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해한다. 100%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수긍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합당한 비평에 대해 역비난의 정당성을 얻을 순 없다. 만드는 것은 제작진이고, 그걸 소비하고 평가하는 것은 엄연히 시청자다.
시청자가 이토록 불쾌함을 적극적으로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축하는 '포상휴가'를 떠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사전 예측은 힘들었겠지만, 현재 상황이 상황인 만큼 '포상휴가'는 미뤘으나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포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여론이나 시청자 반응은 상관없다면 할 말은 없다. 시청률은 마지막에도 6%대를 유지했으니깐. 어쨌든 이로써 시청자는 또 한 번 외면당했다.
◇2차 사과에 총력
'치인트' 측은 논란이 들끓자 지난 29일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제작진은 지난 29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팬, 원작팬, 배우들, 원작자 순끼 작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중요한 '알맹이'들이 빠져있어 허전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다. 원작 캐릭터가 어느 순간 이상하게 훼손된 것, 드라마가 중후반부 매끄럽지 못하게 전개된 것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
이에 제작진은 "종영 이후에 말씀드릴 수 있는 작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빠진 내용들은 종영 이후에 재차 사과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치즈인더트랩' 측은 OSEN에 "오늘처럼 사과문이 될 지 다른 형식이 될지는 결정된 바 없지만, 작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드라마가 종영 된 이후 다시 언급할 계획이다. 자칫 내용에 따라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제작진이 '종영 후' 남기게 될 사과의 '알맹이'다. 그 내용을 집중해 듣고, 왜 제작진이 5년여간 연재된 원작이 있는 '치인트'를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해나 납득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드라마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박해진에게도, 순끼 작가에게 했던 것처럼 이윤정 PD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는 건 어떨까.
◇재편집 어때요
이미 방송이 된 작품을 수정하는 일. 이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거의 전례가 없는 것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현재 '치인트'가 논란을 완벽하게 불식시킨다는 것은, 그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앞으로 CJ E&M이 보유한 채널들로 수없이 내보낼 재방이나 삼방, 웹이나 모바일을 통한 다시보기, 또한 해외에 수출되어 현지에서 방영되는 내용에 대한 의미있는 편집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결과물이 시도라도 된다면, 지금껏 뿔 난 여론 역시 어느 정도 그 노력을 인정하고 가라앉진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세 가지를 나열하고 보니,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