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긴장한 듯 보였다. 미리 정해진 언론 인터뷰, 그가 기자들을 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워낙 겸손하고 신중한 성격의 서강준은 수십개의 매체 인터뷰를 1대 1로 임하면서, 기자들의 날선 질문 속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대신 답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더더욱 배우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기자 역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출연작을 둘러싼 잡음 중에 인터뷰를 하는 것은 신인 서강준(23)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안방극장을 떠났다. 참 시끄러웠던 드라마였다. 원작 웹툰이 1억 조회수를 넘길 만큼 인기였던 터라 제작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캐스팅 소식이 하나하나 알려질 때마다 인터넷은 떠들썩했다. 서강준은 삼각관계의 한 축이었던 백인호를 연기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예에게 원작 인기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모두의 우려, 심지어 서강준 자신도 걱정을 안고 연기를 시작했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대본을 계속 봤다. 서강준은 오랫동안 품어왔고 그토록 노력했던 연기로 드라마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이 드라마에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인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잘생긴 얼굴, 아직 1993년이라는 어린 나이는 여성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인호의 짠하면서도 박력 있고 홍설(김고은 분)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모습은 서강준의 안정적인 연기가 깃들어지며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중반 이후 인호와 홍설의 이야기에 집중되면서 홍설의 남자친구이자 주인공인 유정(박해진 분)의 분량이 크게 줄었다. 캐릭터 역시 유정이 왜 인호와 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해 아쉬움을 샀다.
상대적으로 인호를 연기한 서강준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배우로 인정 받기 시작하고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 드라마 전개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을 지켜보는 일은 이 어리고 앞길이 창창한 배우가 겪기에 쉽지 않은 풍파였다. 서강준은 인호에게 이야기가 집중되면서 불거진 일부의 불만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어떻게 하거나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마음이 안 좋았죠.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인데, 시청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많이 됐어요. 저도 속상했죠.”
서강준은 확실히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한걸음 성장했다.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13년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한 후 연기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SBS ‘수상한 가정부’, MBC ‘드라마 스페셜-하늘재 살인사건’, MBC ‘앙큼한 돌싱녀’와 ‘화정’까지 비중과 배역을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리고 ‘치즈인더트랩’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인호 캐릭터를 맡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했어요. 우려가 많았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동안 정돈된 캐릭터만 연기했는데 처음으로 자유로운 캐릭터를 맡는다는 게 저에게는 도전이었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서강준은 극중 껄렁껄렁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인호와 전혀 다른 성격이다. 정말 친한 사람들 아니면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다.
“전 인호처럼 외향적이지 않아요. 인호처럼 와일드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인호를 잘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인호로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있더라고요. 유정이의 차를 부술 때 그랬어요. 전 항상 감정을 눌러서 속에 담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3개월간 인호로 살아보니깐 매력이 있는 성격이더라고요. 생각도 자유롭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살아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인호처럼 행동하면 주변에 아무도 안 남을 것 같아요. 드라마니까 가능한 캐릭터죠.”
‘치즈인더트랩’을 하면서 서강준에게 달라진 것은 없었을까. 진중한 성격인지라 지금의 인기에 취하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럽게 인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까 멤버들에게 인호처럼 다소 거칠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웃음) 평소가 아닌 모습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제가 인호가 돼 있었던 거죠. 3개월간 촬영을 하니깐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요. 인호처럼 생각하고 인호처럼 행동하니깐 자연스럽게 변하더라고요. 물론 촬영 끝나니까 다시 제 성격으로 돌아왔어요.”
서강준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감사하다”와 “다행이다”라는 말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었는데 기분이 좋겠다는 기자의 덕담에도 손사래를 쳤다.
“다행이에요. 어휴 다행이에요. 시청자 분들이 다행히도, 감사히도 좋게 봐주셨어요. 저 스스로는 아쉬운 게 많았어요. 스스로 발전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지만 그래도 자꾸 아쉬운 부분이 보여요. 이것도 아쉽고, 저것도 아쉽고 그래요. 매 작품마다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서강준은 최근 드라마를 좋아해준 팬들을 위해 프리 허그 행사를 했다. 수천명이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행사가 한차례 취소됐고, 좀 더 넓은 장소에서 더 길게 프리 허그 행사를 진행했다.
“‘왜? 왜? 나를? 이렇게 많이 오셨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기했죠. 드라마를 다행히 좋게 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70명은 프리허그를 했고요. 270명은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시간이 남아서 2층에서 관람하던 분들과는 하이터치를 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깐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행복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 jmpyo@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