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 왔다. 아직은 쌀쌀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극장가에는 추운 몸과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영화로 가득하다. 그 중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와 소년소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이 각기 다른 로맨스로 관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책임진다.
‘남과 여’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전도연과 공유의 정통 멜로. 각자의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던 여자 상민(전도연 분)과 남자 기홍(공유 분)은 핀란드에서 처음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끌린다. 서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한다.
우선 전도연과 공유의 멜로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도연은 영화 ‘너는 내 운명’, ‘멋진 하루’, ‘접속’, ‘약속’,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별을 쏘다’ 등으로 ‘멜로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공유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어느 멋진 날’, ‘건빵 선생과 별사탕’ 등으로 대한민국 여심을 훔친 바 있다. 이런 두 사람이 제대로 보여주는 어른들의 멜로라니 안 볼 이유가 없는 것.
또한 두 남녀가 처음 만나는 공간을 핀란드로 선정했다는 점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설원은 신비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은 두 남녀와 함께 판타지 세계로 이끄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남과 여’가 어른들의 진한 멜로를 그렸다면 ‘순정’은 소년소녀의 소나기 같은 첫사랑을 그렸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23년 전 과거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이를 통해 그가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기억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감성 드라마.
1991년 전남 고흥의 한 섬마을, 열일곱 살 소년 범실(도경수 분)의 관심은 온통 다리가 아픈 소녀 수옥(김소현 분)이다. 수옥의 꿈은 남들과 똑같이 걸을 수 있는 것. 범실은 기꺼이 수옥의 발이 되어주고 그녀의 웃음을 위해서라면 꿈을 지켜주고 싶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다. 비록 미숙한 사랑일지라도 그래서 더욱 순수하며 누군가 한 번쯤 겪었던 첫사랑의 감정을 소환한다. 이를 통해 도경수와 김소현은 ‘국민 첫사랑 커플’로 등극할 전망이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되는 90년대의 가요와 추억의 올드팝을 통해 첫사랑 향수를 배가시켰다는 점이 포인트. 극중 김소현이 부르는 강수지의 데뷔곡 ‘보라빛 향기’를 비롯해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 아하의 ‘Take on me’, 무한궤도의 ‘여름이야기’,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등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남과 여', '순정'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