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은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을까.
SBS ‘상속자들’에 이어 KBS 2TV ‘태양의 후예’를 통해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은숙 작가 특유의 직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대사와 이를 소화하는 김지원의 나직한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은 그야말로 ‘꿀조합’이다.
김지원은 ‘상속자들’에서 이민호의 약혼녀이자 의류 대기업의 상속자인 유라헬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재벌가 상속자다운 화려한 패션과 늘 도도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제 옷을 입은 듯 유라헬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지원의 연기에는 어색함이 없었다. 시니컬한 표정으로 독설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 모습이 통쾌함을 느끼게 할 정도. 특히 긴 일본어 대사까지 막힘없이 술술 내뱉는 것을 보며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일까. 김지원은 배우라면 마땅히 욕심날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에 보란 듯이 합류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이에 김지원은 “김은숙 작가님과 두 번째 작품을 하게 됐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불러주셔서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태양의 후예’ 속에서 김지원이 맡은 역할은 알파팀 파병 군의관 윤명주다. 무려 특전사령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자 육사출신 군의장교 중위로 포스가 어마어마하다. 후임인 서대영(진구 분)과 넘을 수 없는 신분차이로 인한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리며 ‘구원커플’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상속자들’의 유라헬과 ‘태양의 후예’의 윤명주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김지원은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만으로 우려를 씻어냈다. 자신에게 헤어짐을 고하는 진구에게 애절한 눈빛과 함께 “그러지마”라고 말하는 단 3초 만에 그의 매력이 드러난 것.
베일을 벗은 ‘태양의 후예’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2일 방송에서는 김지원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우르크로 파병을 떠난 서대영을 따라 파병을 가게 됐고, 이에 반대하며 “네가 이럴수록 서대영만 힘들어진다는 걸 알 텐데. 서대영은 내 뜻을 헤아려 군인으로 남아줬다”라고 말하는 아버지 윤중장(강신일 분)에게 “그건 아버지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서대영 상사가 진짜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놓칠 수 없는 이유고요”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에도 또 제 파견 막으시면 중위 윤명주와 딸 윤명주 그 둘은 확실히 잃으실 겁니다”라고 덧붙이며 카리스마를 발휘한 것.
‘상속자들’ 덕분에 천상 공주님 같던 김지원의 새로운 매력에 시청자들 역시 환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진구와의 애절한 로맨스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그의 매력 역시 물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지원은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어 이번에도 ‘태양의 후예’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화면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