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경은 '내일도 칸타빌레'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스물 셋. 찍어 온 작품보다, 찍을 작품이 더 많은 이 배우는, 처음 맛 봤던 씁쓸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성찰을 했고, 그렇게 조금 더 성장하고 있었다.
심은경은 3일 영화 '널 기다리며' 관련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말하며 "'수상한 그녀'가 너무 잘 되고 상도 감사하게 타게 되고, 관심도 많이 받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분별력이 없었다. 무조건 나는 성공을 해야해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써니'도 있고, '광해'도 있고, 그게 나를 옭아맸다. 그래서 나하고 맞지 않은 선택을 한 것도 있다. 그게 어떤 작품인지는 잘 아실 거다. 제가 잘 못했다. 그건 인정한다. 누구의 탓이 아니고, 그 드라마는 내가 잘 못했다"며 '내일도 칸타빌레'를 언급했다.
심은경은 "그렇게 경험하고 보니까, 내가 너무 욕심이 앞섰구나. 배우로 기본적인 본질을 잊고 살고 있었구나,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할 바엔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배우가 나의 길이 맞는건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된 것 같다"며 "내가 너무 인간 심은경으로 위험한 것 같다고 느꼈다. 최근에는 저 자신을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냥 어떤 결과이든 담담하게 스스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그게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내일도 칸타빌레') 당시 힘들었다.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고, 연기적으로 혼란도 많이 오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너무 신기한 건 그게 약이 되더라. 그게 평생 내가 나에게 독이겠다. 이제 맨날 사람들한테 오르내리고, 흑역사로 내놓겠지?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수상한 그녀'로 떴는데 '내일도 칸타빌레'로 폭망했다는 등. 어쩌겠느냐.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칭찬만 듣고 살아서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믿기 싫었다"고 드라마를 찍었던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이내 "내가 너무 어려서 했던 생각이었고, 이것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결국 난 잘 못했다. 내가 봐도 아니다. 욕심이 과했다. 그게 내 눈에도 보였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준비했을까, 마음 편하게 할 걸 싶다. 뭘 그렇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을"이라며 "그게 조금 더 배우로,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준 계기다. 결론적으로 약이 된 셈이다"라고 드라마 이후 정리한 것들을 말했다.
어떻게 보면 '내일도 칸타빌레' 이후 심은경에게 찾아왔던 고민들은 성장통이였다. "연기를 계속 해야하나?"하는 고민도 했지만, 결국엔 연기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이었기에 놓을 수 없었다. 다만, 연기를 하며 경험하는 쓴 기억들은 하고 싶은 것을 더욱 자유롭고 즐겁게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심은경은 "어제 뒤풀이가 끝나고 술을 조금 마셨다. 술을 마시면 취중진담이 나온다. 울면서 회사 대표님한테 '연기를 정말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왠진 모르겠다. 그냥,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 나는. 다른 건 없다"고 말했다. 촉촉해진 눈가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모홍진 감독)에서 아빠를 죽인 범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 희주 역을 맡았다.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 추적을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오는 10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