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평일 미니시리즈로 복수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연달아 편성한 가운데 과연 시청자의 시청 욕구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연출 김상협)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신은수(최강희 분)가 남편을 잃고 그 배후를 캐기 위해 강석현(정진영 분) 총리의 집에 메이드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계획적인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그린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진형우(주상욱 분)도 강 총리에게 복수를 꾸미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2.8%(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받고 있다. 강 총리를 연기하는 정진영은 시나리오상 악역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동정심과 애정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여줘 이른바 ‘할배 파탈’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후속작인 ‘몬스터’(극본 장영철, 연출 주성우) 역시 한 남자의 복수를 그린다. 거대한 권력집단의 음모에 가족과 인생을 빼앗긴 남자의 복수를 그리는데, 베일에 싸인 특권층의 추악한 민낯과 진흙탕에서도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더한다. 이달 28일 오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으론 강지환과 성유리가 캐스팅돼 한창 촬영을 진행 중이다. 드라마 ‘쾌도 홍길동’ 이후 8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커플 호흡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수목극 ‘한 번 더 해피엔딩’은 30대 돌싱 남녀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로 2030대 젊은 시청층을 공략했는데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16일 오후 또 다시 복수를 다룬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가 전파를 탄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남자의 강렬한 복수극에 감성 멜로를 더한 드라마라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출연자로 이진욱, 문채원, 김강우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태국 방콕 해외 로케 촬영 소식으로 주목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 연예계 관계자는 OSEN에 “MBC 월화극, 수목극 모두 복수장르로 편성돼 있어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내다봤다.
사실 ‘복수’의 묘미는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약자를 괴롭힌 자들을 응징하는 데서 오는 쾌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면서 현실이 ‘공포영화’ 같다는 깨달음을 줘 꾸준한 인기를 끄는 장르다.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의 성공적 복수는 보는 사람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연이은 갈등은 허망함과 두려움을 안기기도 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복수를 둘러싼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는지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인물들이 갈등을 수용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행동과 사고에 표출된 현 세대 가치관을 유추해 볼 수 있어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한다는 것. 특히 독백에는 인물의 갈등 양상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은밀한 심경을 잘 표현해야 한다. 주춤하고 있는 MBC 드라마가 올 봄 복수극을 기점으로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은 OSEN에 “복수극은 기승전결이 명확해 시청자들의 관심 끌기에 안정적인 드라마 소재”라며 “제작적인 기술보다 배우들의 감정 표현과 몸싸움이 많고, 스튜디오 촬영 분량을 늘릴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량식품에 중독되듯 시청자들이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장점도 있다”고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대리 충족을 위해 습관적인 덫에 빠지는 듯하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제작진이 복수의 논리와 과정의 현실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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