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배우 심은경에게 제격인 말이 아닐까 싶다.
심은경은 3일 오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날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가 너무 잘 되고 상도 감사하게 타게 되고, 관심도 많이 받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분별력이 없었다. 무조건 나는 성공을 해야해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일도 칸타빌레') 당시 힘들었다.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고, 연기적으로 혼란도 많이 오고,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너무 신기한 건 그게 약이 되더라. 그게 평생 내가 나에게 독이겠다. 이제 맨날 사람들한테 오르내리고, 흑역사로 내놓겠지?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수상한 그녀'로 떴는데 '내일도 칸타빌레'로 폭망했다는 등. 어쩌겠느냐.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칭찬만 듣고 살아서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믿기 싫었다"고 드라마를 찍었던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이내 "내가 너무 어려서 했던 생각이었고, 이것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결국 난 잘 못했다. 내가 봐도 아니다. 욕심이 과했다. 그게 내 눈에도 보였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준비했을까, 마음 편하게 할 걸 싶다. 뭘 그렇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을"이라며 "그게 조금 더 배우로,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준 계기다. 결론적으로 약이 된 셈이다"라고 드라마 이후 정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그의 말처럼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로 달콤함을 맛봤고 이내 '내일도 칸타빌레'로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아직 20대의 어린 나이의 배우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논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옛말에 틀린 말 없다고, 심은경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훨씬 더 성숙해진 연기로 돌아왔다. 그를 힘들게 했던 '내일도 칸타빌레'가 오히려 약이 된 셈이다.
심은경은 오는 10일,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스릴러 도전이지만 이제는 단단해진 심은경이기에 의심은 없다. 단단해진 심은경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 추적을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오는 10일 개봉.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