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악마의 편집이다. 마치, '키스신의 본편은 일주일 뒤에..'라는 자막이라도 깔린 것 같다. 1시간을 1분처럼 보고 있었던 시청자들에게는 애가 타는 일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쫄깃하게 진행되고 있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 때문이다. '악마의 키스신'이 있어 보는 이들의 애가 더 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에서는 모연(송혜교 분)에게 키스하는 시진(송중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다소 먼 거리에서 흐릿하게 찍혔다. 이와 동시에 4회는 막을 내렸고, 시청자들은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이날 시진은 아랍 VIP의 상태가 나빠 수술을 해야한다는 모연의 말을 신뢰하고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면서까지 그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랍의 주요 지도자인 이 VIP의 경호원들은 주치의가 올 때까지는 수술을 하게 할 수 없다며 총구를 겨눴던 상황. 하지만 의료봉사단으로서 환자를 볼봐야할 의무가 있는 모연은 끝까지 수술을 고집했다.
시진은 "개입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경호원들에게 맞서 모연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죽더라도 의사가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는 상관의 말 때문이었다.
다행히 모연이 진행한 수술은 잘 끝났다. 긴급했던 상황이 종료되고 두 사람은 다시 한국에서 데이트를 하던 때의 감정으로 돌아갔다. 아랍 VIP는 모연과 시진이 빠른 판단으로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워했고, 그 보답으로 자신들의 지역 어디에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명함을 선물했다. 시진은 자신이 받은 명함으로 자동차를 빌려 모연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즐거움도 잠시, 두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진이 징계를 받게 된 것. 그는 명령을 불복종한 벌로 3개월간의 감봉과 소령 진급시험에서 제외되게 됐다.
이에 책임감을 느낀 모연은 본진을 찾아가 따졌지만, 시진은 책임감을 느끼는 모연에게 "당신 때문이 아니다. 여자 하나 구하자고 그런 줄 아느냐"며 "한국에서 처음 만난 날 내 몸에 있던 총상 기억하느냐. 특전사 부대에서 첫 부임하던 날 한 선배가 그랬다. '군인은 늘 수의를 입고 산다. 군복은 그만한 각오로 입어야 한다. 그만한 각오로 군복 입었으면 매 순간 명예로워라'"라며 자신의 선택이 명예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연은 못내 속이 상했다. 그는 "내 걱정이 당신 일에 끼어들어 정말 미안하다"며 차를 타고 부대로 돌아왔다. 갈등은 잠시였다. 두 사람은 부대로 돌아와 화해를 했다. 시진이 모연에게 와인을 건넸고, 모연은 과거의 데이트를 떠올리며 시진과 함께 보려고 했던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군가와 같이 보려했던 영화다. 다음에 남자랑 영화 볼 땐 재밌는 영화는 피해야곘다. 그 영화 천만 될때까지 기사가 매일 쏟아지는데. 그 영화는 나에게 곧 유시진이라 자꾸 생각이 났다"는 모연의 말에 시진은 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렇게 마시고 싶으냐"며 와인병을 흔드는 모연. 시진은 그에게 "방법이 있다"며 다가가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적당한 속도감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빠르지 않지만, 핑퐁처럼 주고 받는 남녀의 대화가 로맨스의 과정을 더욱 맛깔나게 그렸다. 그 와중에 터진(?) 키스신은 시청자들에게는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사건이다. 과연 다음주에는 이 '악마의 키스신'이 설렘 가득한 키스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태양의 후예'는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 의사들의 삶을 담아내는 휴먼 멜로 드라마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