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보다는 운동화, 여성스러운 원피스보다는 루즈한 셔츠와 바지, 화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은 배우 이지아를 묘사한 첫인상이다. 지금까지 모니터 속 이지아는 범접하기 힘든 신비로움에 덮여있었다면 실제로 만난 이지아 주변에는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제야 빗장을 풀고 세상에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쉬울 만큼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본인이 스스로 긴장감을 내려놓으니 그 앞에선 누구든 절로 무장해제된다.
벌써 데뷔 10년차가 된 이지아는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도전과 동시에 생애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이지아가 10년 만에 선택한 영화 ‘무수단’(감독 구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 이후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여기서 이지아는 냉철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유학파 엘리트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았다.
이지아는 최근 OSEN과 만나 영화 ‘무수단’과 관련해 개봉 소감과 비화 등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항상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만 감독님이 멋지게 잘 만들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떨립니다. 주연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요? 물론 있죠. 본격적인 상업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여자 원톱이잖아요. 또한 극중에서는 나라에서 중요한 사건에 여자 장교가 투입되는데 허술하게 보이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원래 작품을 선택할 때 많이 고민하지 않고 도전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제가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봤어요. 하지만 역시 이런 기회는 흔치 않고 기회를 주신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 도전하게 됐습니다.”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영화를 통해 드러났다. 이지아는 ‘무수단’을 위해 군복을 입고 참 무던히도 구르고 뛰어다녔다. 그냥 뛰기도 힘든 산에서 영화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발밑을 보지 못해 아찔한 순간도 벌어졌다. 촬영이 끝나면 다리에 긁힌 상처, 멍이 가득했고 흉터를 치료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이렇게 함께 군복을 입고 땀을 흘리며 투혼을 발휘한 배우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전우애가 피어올랐다.
“홍일점 대접이야 초반에만 그랬죠.(웃음) 촬영하다가 쓰러졌을 무렵에는 창피했고 현장에서 피해드린 거니까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극복할 수 없는 체력의 한계를 느껴서 울적하기도 했고요. 남자들은 술을 하루도 안 빠지고 마시던데 저는 끼면 아침에 못 나올 것 같아서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
털털함으로 동료 배우들에게 전우애를 느끼게 한 것처럼 이지아는 최근 다수의 라디오에 출연하는 등 대중에게도 신비주의를 벗고 친근함으로 다가가고 있다.
“라디오 출연이요? 영화 홍보해야 하니까요.(웃음) 또 이제 신비주의로 나설 이유도 없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어벙하게 웃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저인데 어떡하겠어요. 안 고쳐져요. 그동안에는 대중에 모습을 잘 안 나타내서 그게 잘 안 보였나 봐요. 제 안에 여성스러운 부분도 있긴 있는데 잠깐 보시는 분들은 그러시고 자세히 보면 전혀 여성스럽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손톱 관리나 꾸미는 것도 잘 못하고 많이 덜렁대요. 치밀할 것 같다고 말씀 하시는데 치밀하지 못해요.”
빗장을 푼 이지아는 이제 다작을 통해 대중에게 많이 다가가길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비중과 배역에 상관없이 연기에 대한 건강한 욕심을 부려볼 계획.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대작이에요. 제가 사실 계획을 세우고 그런 걸 잘 못하는데요, 막연하게 여러 가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하고 싶다고 다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올해에는 인연이 많이 닿았으면 좋겠네요. 주인공만 고집하진 않고 좋은 역할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 너무 많이 나와서 그만 나오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로요? 하하”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