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모바일 예능프로그램인 ‘신서유기’는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국민 예능’으로 불리던 시절의 출연자들이 함께 한다. 지난 해 방송됐던 시즌 1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3년 만에 뭉친 것만으로도 재미와 함께 시즌 1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던 장돌뱅이 예능인 ‘1박2일’. 그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국내 아름다운 여행지를 활기차게 소개했던 이들의 모습은 정감이 넘쳤다.
‘신서유기’는 중국 여행을 하는 구성이다. 제작진은 여기에 죄를 지은 사람들이 뭉친다는 예능적인 재미를 추가했다. 물론 삼장법사 역할을 했던 이승기는 예외였다. 이승기는 ‘신서유기’의 웃음 중심이었다. ‘1박2일’과 SBS 토크쇼 ‘강심장’, tvN ‘꽃보다 청춘’까지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이끌면서 쌓아온 재치는 남달랐다.
여기에 ‘1박2일’ 때부터 이어온 인연을 바탕으로 ‘신서유기’의 끈끈한 유대감의 축을 맡았다. 그랬던 이승기가 이번 ‘신서유기’ 시즌2에는 없다. 성실히 군복무 중이다. 대신 배우 안재현이 ‘신서유기2’에 합류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이승기의 빈자리를 안재현이 채울 수 있느냐, 예능 초짜인 안재현이 과연 웃길 것이냐다.
“안재현 씨가 이승기 씨의 빈자리를 채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쉽지 않죠. 이승기 씨는 출연자, 제작진과 10년을 알고 지냈어요. 안재현 씨가 아니라 유재석 씨가 와도 못 채우죠. 이승기 씨의 빈자리를 안재현 씨가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섭외한 것은 아니에요. 안재현 씨가 함께 해서 지금까지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어요.”
‘신서유기’ 속 원조 ‘1박2일’ 멤버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강호동은 여느 프로그램과 달리 카리스마 진행 대신에 동생들에게 구박을 받는 친근한 동네 형이었고, 더 이상 풋풋한 20대 초반이 아닌 이승기는 형들을 막대할 수 있는 능글맞은 성격이 됐다. 이수근의 생활 밀착형 농담은 여전히 웃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는 듯한 모습이 짠한 감정을 유발했다. 물론 엉뚱한 은지원은 여전했다. 이들의 여행을 보고 있노라면 굳이 중국이라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청자도 있었을 터. ‘국민 MC’인 강호동의 활기 넘치는 진행은 길거리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소통하면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나 PD는 강호동과 국내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생각이 있을까.
“‘신서유기’를 론칭할 때 또 국내 여행을 하는 것은 ‘1박2일’ 때 많이 본 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은 우리 프로그램만 출연하고 본업인 연기를 하지만 강호동 씨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야 하는 예능인이니까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꾸준히 소비되는 분인데,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강호동 씨는 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일을 하신 분이잖아요. 강호동 씨를 비롯해서 멤버들의 모습을 똑같은 판에서 보여주면 똑같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고민을 했죠.”
그 어떤 제작진보다 예능인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중국 여행을 택한 이유는 명쾌했다.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자는 것.
“강호동 씨가 MC로서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봤어요. 강하고 주변 사람들을 휘어잡는 진행을 했죠. 그런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중국 여행을 한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유 중 하나였어요. 멤버들은 대한민국 어디에 던져놔도 방송 30분짜리 분량을 뚝딱뚝딱 만들 사람들이에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죠. 근데 그게 패턴이에요. 강호동 씨가 변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겁먹어서 눈치를 보면 더 웃길 수 있겠다 싶었죠. 물론 기존의 ‘1박2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신서유기’는 웃기다. 시즌 1 방송 당시 멤버들이 펼쳐놓는 여행기는 일단 웃음이 넘쳤다. 출연자들의 반전 매력을 발견하거나, 여행 속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보다는 예능적인 재미가 더 높다.
“저희가 내놓는 콘텐츠 중 정통 예능은 ‘신서유기’밖에 없죠. 다른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니까요. 대한민국에서 흔히 말하는 정통 예능은 ‘신서유기’가 가장 가깝죠. 게임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구성이니까요.”
도대체 왜 안재현이 ‘신서유기2’에 합류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허나 나 PD는 제작발표회 혹은 방송을 통해 그 이유를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따로 이유가 있긴 한데 지금은 공개할 시점이 아닌 것 같아요. 방송 앞두거나, 방송을 통해 공개할게요. 현재 방송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편이 끝나면 ‘신서유기2’가 공개될 겁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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