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모바일 예능,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 [인터뷰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3.04 10: 15

나영석 PD 사단은 모바일 예능을 국내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지난 해 중국 여행 프로그램인 ‘신서유기’를 처음 내놓으며 방송이 아닌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예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줬다. 최근 이승기가 아닌 안재현과 함께 시즌 2 촬영을 다녀왔다. 기존 멤버인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은 당연히 함께 했다.
나영석 PD의 ‘신서유기’가 성공한 후 MBC 역시 모바일 예능프로그램을 내놨다. 현재 방탄소년단 뷔와 배우 김민재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꽃미남 브로맨스’가 인기를 끌고 있고, 립싱크 퍼포먼스를 다루는 ‘립싱크 배틀-허리케인블루’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 예능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었던 장본인이기에 모든 게 새로웠다. 1편당 10분 안팎으로 담고 하루에 4편을 공개하는 것 역시 여러 의견을 취합해 나 PD가 정했고 모바일 예능의 정석이 됐다.

“모바일 예능이 뭐하나 정립돼 있는 게 없어요. 참고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서울대 모 교수님의 실험 결과 인간이 모바일 환경에서 참아낼 수 있는 영상 길이가 10분이라는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그냥 저희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세운 기준이에요. 글로벌 스탠다드 아닙니다.(웃음) 하나하나 저희가 다 정했어요. 한 번에 클립이 몇 개 정도 나가야 관심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한 클립당 몇 분이 돼야 긴장감이 유지되며 즐길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여기저기 이야기를 들었죠. 누가 30분은 길 것 같다고 하면 참고하고, 누가 5분은 짧다고 하면 참고하고...그런 식이었어요.(웃음)”
시즌 2의 방송 시간 역시 정해진 게 없다. 여전히 모바일 예능은 개척 정신이 필요하다.
“누가 ‘모바일 예능은 역시 15분이네요’라고 피드백을 해주시는 것도 아니니까요. 콘텐츠의 재미에 대한 반응은 있는데 구조적인 것은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에 시즌 2 촬영한 것 중에 한 번에 많이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30분짜리 영상을 공개하는 게 맞는 것인지, 상하편으로 자르는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죠. 아무 기준도 없고요. 저희끼리 계속 이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웃음) 이번에도 하루에 몇 편씩 공개할지, 몇 분씩 공개할지 편집해봐야 알아요.”
모바일 예능은 방송사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수 있을까. ‘신서유기’가 5000만 조회수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기에 큰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는 모두의 추측과 달리 아직까지 수익성은 높지 않다는 게 나 PD의 설명이다.
“인터넷 플랫폼 역시 광고에서 수익이 나오죠.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인터넷 광고는 방송 광고에 비해 단가가 낮아요. 여기에 시즌 2가 시즌 1에 비해 높은 조회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5000만 조회수의 절반 이상으로 떨어질 수도 있죠. 5000만 조회수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라고 봐요. 그런데도 수익은 미비했죠. 돈보다는 누군가는 시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모바일 예능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우리는 상업 방송국 소속이이에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기면서도 콘텐츠를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죠. 그래야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고 크레이티브한 콘텐츠와 장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나영석 PD의 예능은 야외 생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꽃보다’ 시리즈와 ‘신서유기’,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연에서 생활하는 ‘삼시세끼’까지. 결국 야외에서 벌어지는 사람의 이야기다. 단순하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돌뱅이 예능인데, 어느 순간에는 구성이 질리는 순간이 올 것이고 결국에는 출연자만 바뀌고 새로운 재미가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제작진은 무슨 대비를 하고 있을까.
“당연히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싶다는 크나큰 욕망을 갖고 있죠. 그래도 비즈니스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기존 프로그램이 마켓에서 잘 팔리는 과자 새우깡 같은 거죠. 지겨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익숙해서 재밌게 보는 분들도 있어요. 제작진처럼 크레이티브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하는 게 맞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시장에서 통하는데 새 상품을 내는 게 오답일 수 있죠. 그래서 저희는 1년에 한 프로젝트는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한 프로젝트당 두달에서 두달반을 매달려요. 5개 정도 하면 1년이 끝나요. 5개 중 1개는 새로운 상품을 해야겠다, 4개는 기존 상품을 돌려막더라도 하나 정도는 신상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재작년이 ‘삼시세끼’가 신상품이었다면 작년에는 ‘신서유기’가 그랬어요. 올해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하지만 벌려놓은 것도 있고, 새로운 작품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당장은 힘들겠죠. 그래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나영석 PD의 예능 중에 시즌 2가 나오지 않은 프로그램은 딱 한 개다. 바로 ‘꽃보다 누나’다. 여배우들과의 여행, 이 구성은 딱 한 번만 방송됐다. 시즌 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참 많다.
“늘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하느라 ‘꽃보다 누나’는 신경을 못 썼죠.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못 했어요. 생각해보니까 ‘꽃보다 누나’만 한 번밖에 하지 못했어요. 좋은 출연자가 떠오르면 한 번 더 가도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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