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꽃청춘’ 쌍문동 4인방 객기, 점점 더 뻔뻔” [인터뷰③]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03.04 10: 15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프리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역인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이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는다. 현재까지 2회가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쌍문동 골목길 4인방이 드라마 속 캐릭터와 상당히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란다.
여행 중 바지가 터져도 웃으며 넘기는 긍정적인 안재홍, 현명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살가운 류준열, 얼굴 못지않게 성격도 좋은 고경표, 어딘지 귀엽고 선한 구석이 많은 박보검까지. 우리는 ‘꽃보다 청춘’을 보며 ‘응답하라 1988’의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나영석 PD는 이 같은 캐릭터와 배우들의 실제 성격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까.
“저희는 몰랐죠. 제가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박보검 씨 인터뷰를 보니깐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이 캐스팅을 할 때 배우들의 인터뷰를 많이 했더라고요. 극중 성격과 잘 녹아드는 사람들을 캐스팅하려고 한 것 아닐까요? 실제 캐스팅이 된 후에는 그 인물에 맞춰서 세부적인 설정을 조금씩 변화를 줬다고 들었고요. 그래서 드라마 속 캐릭터와 4인방의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요?”

‘꽃보다 청춘-아프리카’가 공개된 후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류준열의 영어 실력이었다. 여행을 즐겨하는 류준열은 능숙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였다.
“아프리카 편을 기획하고 출연자들을 섭외한 게 상당히 오래 됐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상태(?)를 전해들었어요. 드라마 촬영 현장에 PD가 파견 가 있었기도 하고요. 류준열 씨가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중간에 보고를 받았죠. 준열 씨가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니까 여행이 조금 더 즐겁게 풀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네 명 모두 아무 것도 모르면 낭만이야 있겠지만 힘들 수 있잖아요. 준열 씨가 있어서 여행이 즐겁게 풀린 것도 있어요.”
나 PD는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통해 출연자들을 속이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여행 출발 당일 자신이 ‘꽃보다 청춘’에 출연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 아프리카 편 역시 ‘응답하라 1988’ 포상 휴가 혹은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납치(?)돼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했다. 이 같은 돌발상황을 만들어 재미를 높이는 나 PD의 전략은 ‘PD계 양아치’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하하. 양아치라면 양아치겠어요. 좋은 짓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출연자들이 결과적으로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몰래카메라를 준비해요. 갑작스럽게 당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지만요. 다른 ‘꽃보다’ 시리즈는 몰래카메라를 하지 않죠. 청춘에게만 이렇게 하는 것은 모른 채 끌려가는 콘셉트를 하려고 처음부터 기획했기 때문이에요. 아무 것도 없이, 모른 채 여행을 시작했는데도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결핍도 웃으면서, 젊으니까 웃으면서 견디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양아치 짓을 하고 있어요.(웃음) 다행히 지금까지는 출연자들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안재홍, 류준열, 고경표, 박보검의 여행은 그 어떤 ‘꽃보다 청춘’보다 활기가 넘친다. 돈도 부족하고, 생필품 역시 현지에서 구하고 있지만 4인방의 표정은 언제나 웃음이 가득하다. 짜증나는 상황이 펼쳐져도 웃으며 즐긴다. 청춘의 싱그러움이 안방극장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4인방이 점점 더 뻔뻔해져요.(웃음) 가진 게 없는데도 양극단의 소비를 하죠. 방송될 내용 중에 로브스터를 잔뜩 사먹는 부분이 있어요. 비싼 차를 빌려놓고 돈이 없어서 차 안에서 자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사실 돈을 합리적으로 쓰면 하루에 햄버거 하나씩은 사먹을 수 있는 돈이에요. 그런데 그들은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엄청 많이 먹어요. ‘아 괜찮아. 한 사흘 굶으면 돼’라고 말을 하는 친구들인 거죠. 철이 없다고 볼 수 있어요.(웃음) 저 같은 경우는 겁이 날 것 같은데 말이죠. 제 또래들은 잠은 방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편안한 잠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즐기며 즐거워 해요. 아 이런 식의 희열을 느끼는 계산도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프리카 편이 재밌다. 2~30대 청춘들의 가벼워서 흥겨운 여행, 그 속에서 이야기를 함께 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여행. 이들의 객기는 안방극장의 부러움을 유발한다.
“남자들끼리 여행을 갔으니까 평소 성격과 다른 행동이 나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으쌰으쌰 하다보니까 객기를 부릴 수 있겠지만 그런 행동들이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거죠. 아프리카를 또 언제 오겠어요. 언제 올지 모르는데 뭐든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렇게 사고를 치는 그들의 방식이 부럽고, 젊음이 부럽더라고요. 서로 정말 친한 것도 부럽고요. 4인방이 함께 하면서 즐거워하는 그 순간이 보여서 부러웠어요.”
시청자들이야 출연자들의 돌발 여행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 여행을 즐기는 출연자들 역시 웃는 일이 많지만 제작진은 언제나 고생이다. 뭐 하나 정해진 것 없이 여행을 하니까 수면은 물론이고 끼니 해결조차 쉽지 않다.
“아프리카라서 특별히 고생한 것은 없어요.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동네 마트보다 훨씬 큰 마트도 많고요. 물론 어느나라나 외곽으로 나가면 생활수준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프리카라서 힘든 것은 없었어요. 다만 기본적으로 ‘꽃보다 청춘’ 출연자들은 여행이 익숙해지면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않아요.(웃음) 오늘 어디 가서 자고 먹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데서나 먹고 자요. 출연자들이야 그냥 몸이 가벼우니깐 그렇게 하면 되지만 제작진은 촬영 장비가 있어서 그렇게 못해요. 그들이 먹어야 저희도 급하게 먹고, 그들이 쪽잠이라도 자야 저희도 눈을 붙여요. 그런데 즉흥적으로 행동 하니까 제작진의 고생이 심하죠.”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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