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을 통해 복고와 스릴러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솟구쳤다면 스크린에서 장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면 되겠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시청자들에게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던 바, 영화 ‘순정’이 1991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한다. ‘시그널’을 통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꼈다면 영화 ‘시간이탈자’, ‘널 기다리며’, ‘무수단’이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킨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23년 전 과거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이를 통해 그가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의 우정을 기억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감성 드라마. 열일곱 살 소년 범실(도경수 분)의 소녀 수옥(김소현 분)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마치 ‘응팔’에서 정환(류준열 분)의 신경은 온통 덕선(혜리 분)이었던 것처럼.
또한 ‘순정’의 비장의 무기는 OST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90년대의 가요와 추억의 올드팝을 통해 관객들이 오롯이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극장을 울리는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를 비롯해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 아하의 ‘Take on me’, 무한궤도의 ‘여름이야기’,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등이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간접적으로 그 시절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안방을 긴장감에 휩싸이게 한 ‘시그널’과 함께 극장에서도 스릴러 열풍에 가담한다. ‘시간이탈자’, ‘널 기다리며’, ‘무수단’이 바로 그 주인공. 특별한 점은 감성 코드를 가미한 스릴러가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 분)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간절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감성추적 스릴러다. ‘나인’과 ‘시그널’로 어느덧 믿고 보는 장르가 된 타임슬립에 임수정이 전면에 나서 더욱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이진욱과 조정석이라는 핫한 배우들이 가세해 시대를 아우르는 감성 스릴러로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오는 4월 개봉.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 추적을 그린다. 소녀 희주(심은경 분)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쫓아 복수를 계획한다. 스릴러 장르답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동시에 소녀를 앞세워 감성적인 스릴러를 완성했다. 순수한 외면에 감춰진 내면의 씻지 못할 상처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힐 예정이다. 또한 윤제문, 김성오, 안재홍, 김원해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도 관전 포인트. 오는 10일 개봉.
‘무수단’(감독 구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고 이후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특히 데뷔 10년차 여배우 이지아의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서 이지아는 냉철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유학파 엘리트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미스터리로 가득 찬 ‘무수단’은 관객들에게 베일에 싸인 비무장지대에 맨몸으로 입성하는 긴장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응팔', '순정', '시그널', '시간이탈자', '널 기다리며', '무수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