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커플(송혜교·송중기)’과 ‘구원커플(진구·김지원)’의 달달한 군대 로맨스 사이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남자가 있다. ‘태양의 후예’ 속 동네 건달에서 어엿한 군인으로 개과천선하고 환골탈태한 김기범 역을 맡은 김민석이다.
김민석은 KBS 2TV ‘태양의 후예’에서 학창시절 태권도를 했었지만 탈선, 동네 건달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김기범으로 분했다. 하얗고 말간 얼굴에는 항상 상처가 나 있었고, 쌍꺼풀 없는 날카로운 눈에는 세상을 향한 증오가 담겨 있었다. 어쩌다 보니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지만, 끊임 없이 그곳을 탈출하려 발버둥치는 그의 모습은 일견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던 중 김기범은 우연히 군인 서대영(진구 분)을 만나게 됐다. 서대영 역시 김기범과 마찬가지로 학교 다닐 적에 운동을 했고, 그러다가 선배를 잘못 만나 삐딱선을 탔던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대영은 처음 만난 김기범에게 애틋함과 공감을 느끼고 무뚝뚝하지만 친형같이 속 깊은 조언을 건넸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김기범이 짧게 깎은 머리와 군복 차림으로 ‘태양의 후예’에 다시 등장했다. 서대영을 따라 입대한 것이었다. 이제 정신 없는 머리며 얼굴에 피딱지를 달고 다니던 모습은 전혀 없었다. 새 행복을 찾은 듯 김기범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했다. 마치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새가 처음 본 것을 부모로 알고 따르듯,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김기범은 서대영을 졸졸 따라다녔다.
김기범이 방송 4회 만에 ‘태양의 후예’ 속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분명하다. 상사들이 달콤하면서도 때로는 슬픈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그가 상큼한 미소로 웃음을 안긴다. 그런가하면 학벌도 빽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서대영을 옆에서 살뜰히 보필하는 그의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끔은 철 없고 맹한 구석도 있지만, 서대영을 친형처럼 따르며 애교있게 엉기는 김기범을 김민석은 탁월히 소화해냈다.
장난기 가득한 눈과 걸쭉한 부산 사투리가 낯설지 않다 했더니, 지난 2011년 Mnet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에 출연했던 경력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당시 횟집에서 일하는 부산 얼짱 ‘횟집청년’으로 불리며 박장현·최영태·박필규와 ‘F4’로 불렸던 그때 그의 모습이 떠오르며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김민석은 가수 활동 대신에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중이다. 약 4년 사이 tvN ‘닥치고 꽃미남밴드’, KBS 2TV의 ‘하이스쿨 : 러브온’과 ‘후아유 - 학교 2015’,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맡은 캐릭터들을 살펴 보니, 풋풋하고 상큼한 역할로는 거의 장인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태양의 후예’에서 그가 선보일 또 다른 모습들이 더욱 기대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태양의 후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