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조진웅과 이제훈, 참으로 안타까운 남자들이었다.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두 남자, 시간을 거슬러 대화하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애틋한 마음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지난 4일 방송된 tvN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 13회분에서는 해영(이제훈 분)과 수현(김혜수 분)이 해영의 형 선우(찬희 분)와 재한(조진웅 분)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인주 여고생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김성범의 별장에서 발견된 백골사체의 DNA와 재한의 DNA가 일치하는지 비교분석이 진행됐고 결국 수현은 재한이라는 결과를 듣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재한의 아버지가 와서 백골사체가 된 아들과 마주했고 15년 만에 장례식을 치렀다. 경찰제복으로 갈아입은 수현은 영장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재한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를 보던 해영도 심경이 복잡한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해영과 재한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방송을 봤을 때는 재한이 선우가 누명을 써서 자살까지 하게 된 인주 여고생 사건을 수사, 해당 사건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들어가 보니 해영과 재한이 2016년 무전을 통해 만난 것이 아니었다. 15년 전 이미 두 사람은 만났었다. 과거 다시 한 번 인주에 내려갔던 재한은 해영이 선우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해영을 찾아갔다. 재한은 어린 해영을 멀리서 지켜봤고 아버지를 마냥 기다리며 밥도 못먹는 해영을 살폈다.
해영이 아버지를 기다리다 고깃집으로 가서 생뚱맞게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하자 해영을 따라갔던 재한은 사장에게 돈을 더 주며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했다. 이에 해영은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이후 재한은 고깃집 사장에게 돈을 더 주면서 앞으로 해영의 식사를 부탁했다. 그리고는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는 해영의 뒤를 따라가는 등 조용히 해영을 지켜주고 보살펴 주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해영은 더욱 복잡한 심경이었다. 재한과 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재한이 마지막 무전이 될 것 같다며 총성이 들렸기 때문. 그리고 15년 후 백골사체가 된 재한과 맞닥뜨린 해영으로서는 인주 여고생 사건을 수사하다 비리경찰 누명을 쓰고 치수(정해균 분)에게 살해당한 재한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 해영을 만난 후 재한은 인주 여고생 사건에 손을 뗄 수 없었다. 재한은 해영에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고 재한은 “나는 형사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형사님 곁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며 눈물을 보였고 재한은 “나도 경위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난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한지붕 아래서 따뜻한 밥상에 함께 모여 같이 먹고 자고 외롭지 않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영은 재한에게 앞서 재한과 무전을 하다 총소리가 들렸고 인주 여고생 사건을 수사하다 위험해질 수 있다며 수사를 말렸지만 재한은 위험을 직감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두 남자. 종영까지 3회 남은 가운데 재한과 해영이 마지막에 행복한 웃음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길 기대한다. /kangsj@osen.co.kr
[사진] tvN ‘시그널’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