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의 내홍을 겪으며 폐지 논란까지 일었던 ‘나를 돌아봐’에 심폐소생술을 한 것은 분명 이경규·박명수 커플이었다. 위계 질서 엄격한 개그계에서 수십년을 활동하며 후배들 위에 군림했던 이경규가 졸지에 박명수의 매니저가 됐다는 설정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 시간 지속되며 굳어졌던 관계가 한순간에 역전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때, ‘나를 돌아봐’에는 이경규·박명수와 정반대의 모습으로도 큰 웃음을 선사 중인 커플도 있었다. 무려 25살이라는 나이차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우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GOD 박준형과 갓세븐 잭슨의 이야기다.
박준형과 잭슨은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우리말 겨루기’ 외국인 특집 출연을 위해 한국어 실력 검증에 나섰다. 박준형의 말마따나 그에게는 “일찍 결혼했으면 아들뻘”인 잭슨이었지만, 한국어 수준은 대동소이했다.
냉정히 말해, 그저 한국말이 서툰 것만으로는 웃음을 유발할 수 없다. 여기서 박준형과 잭슨의 공통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는 점도 같지만,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영어 문화권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나이차에도 마치 친구처럼 반말을 사용하며 지내는 이들의 모습은 위계가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매우 신선한 광경이다.
문화적 바탕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두 사람은 특유의 ‘돌직구’ 발언까지도 비슷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준형은 오랜 친구이자 자신을 데뷔시켜준 박진영을 향해 직언을 날렸다. 박준형과 잭슨은 JYP 사옥을 찾아가 2PM 우영과 함께 한국어 대결을 펼쳤는데, 이때 벽에 걸린 JYP 사훈을 보고 코웃음을 쳤던 것이다. 그는 “모든 일엔 책임자가 있다? 당연하지. 모든 일엔 데드라인이 있다, Of Course~”라며 “사훈이 너무 당연해서 속담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까마득한 후배 잭슨의 서슴 없는 동조에 외려 보는 이들의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이처럼 뜯어볼 수록 재미있는 박준형과 잭슨은 사실 이전에도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과거 SBS ‘룸메이트2’에서 친형제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재회한 ‘나를 돌아봐’에서도 이전만큼의 끈끈함을 과시했다. 박준형과 잭슨은 두 프로그램 속에서 전혀 다른 문화들을 겪으며 보고 들었던 것들을 공유했고, 이는 고스란히 두 사람의 ‘꿀케미’로 이어졌다. 마음이 잘 맞으니 호흡도 잘 맞고, 보는 이들도 흐뭇할 수밖에 없는 커플이다.
이경규와 박명수가 그저 서로를 향해 소소하게 티격태격하는 사이라면, 박준형과 잭슨은 좀 더 스케일이 큰 말썽을 부리기 위해 그룹을 짤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리둥절’ 하나를 맞히기 위해 오답과 고성이 난무하는 시끌벅적한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25년 나이차를 무색케 한 이들의 ‘우리말 겨루기’ 출연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나를 돌아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