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의령이 들끓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인기와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의령의 한 경찰을 향한 비난 댓글들도 폭증하는 중이다. 최근 주요 포털의 자동 검색 기능에는 의령 아닌 의령경찰서가 가장 위에 올라 있다. 타킷이 된 경찰은 현재 휴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사건의 발단은 드라마 '시그널'이 인주 여고생 사건을 방영하면서다. 지난 2004년 밀양 고교생 44명이 울산에 사는 여중생 자매를 밀양으로 불러내 1년 가까이 성폭행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드라마 속 성폭행 고교생 가운데 한 명은 주인공 이제훈의 형으로 등장, 상당히 비중 있는 캐릭터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시그널' 인주 여고생 사건이 왜 2016년을 사는 의령 경찰을 흔들고 있는 걸까. 당시 성폭행 학생들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여고생이 미니 홈피에 올렸던 글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성폭행 학생들을 옹호하고 엉뚱하게 피해 여중생 자매를 비하했던 이 글의 작성자는 성년이 돼 경찰 시험에 합격했고 의령 경찰서에서 근무중이다. 지난 2012년 경찰 임용과 함께 이런 과거가 드러나면서 한 번 홍역을 치렀던 이 여경은 '시그널'로 의령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이번에는 전국 네티즌의 직격 포탄을 맞게 된 것이다.
더욱이 주요 일간지와 뉴스전문 채널까지 이번 논란을 이슈로 다루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는 중이다. 네티즌들은 "성폭행 가해자를 옹호하고 불쌍한 피해자 자매를 욕한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경찰로 얼굴을 들 수 있냐"며 흥분하고 있다. 당사자가 근무하는 의령경찰서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지역 언론들의 보도다.
'시그널'은 과거 형사 조진웅과 지금의 경찰 프로파일러 이제훈이 시공간을 뛰어 넘는 불가사의 무전 연결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판타지성 설정인데, 이번 논란으로 진짜 현실 세상과 과 맞닿은 게 아이러니다.
'시그널' 속 인주시 여고생 사건은 지난 달 이재한(조진웅 분)의 수첩에 적힌 마지막 사건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이 시점부터 사건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생 사건’과 흡사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가해자들이 지역 유지 집안의 자녀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것도 타는 불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여기에 가해자의 엄마가 경찰을 찾아 "여자가 작정하고 꼬리치는데 여기 안 넘어갈 남자들 있어? 내 아들이 무슨 죄가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방송을 탔다. 과거 성폭행 고교생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뒷 얘기들이 회자되던 터다. 비난 여론의 가스통 옆에서 폭죽놀이를 감행한 셈이다.
당시 사건은 피해자 아버지가 피해자와 가족들 모르게 가해자 가족과 합의를 한 후 합의금 5000만원을 받고, 결국 사건에 연관된 가해자 44명 중 10명 기소, 20명 소년원 송치, 14명은 합의로 인한 공소권 상실로 사건이 끝났다.
이로써 정작 가해자들은 이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냐는 듯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비껴갔다. 하지만 잘못된 글을 미니 홈피에 남긴 현직 여순경은 '의령 사건'의 금수저 횡포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가시밭길로 다시 들어섰다. 세상 참 복잡하다./mcgwire@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 '밀양 사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