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므라이스만 보면 '시그널'의 두 남자, 조진웅과 이제훈이 생각날 것 같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은 현재와 과거의 두 형사가 무전을 통해 교신하면서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제훈이 현재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을, 조진웅이 과거의 형사 이재한을 연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관통하는 인물은 차수현(김혜수 분)이다. 차수현은 이재한의 후배이자 현재 장기미제전담반의 팀장을 맡고 있다. 차수현은 아직까지 이재한과 박해영이 무전으로 교신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이재한과 완벽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전을 통해 과거의 일을 해결하게 된다면 미래 역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모든 일이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끔찍한 참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알게 된 이재한과 박해영은 "무전이 시작되면 안 되는 거였다"며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무전은 감춰져서는 안 되는 사회의 악과 마주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감싸안는 역할을 했다. 그것이 바로 지난 4일 방송된 13회에 등장한 이재한과 박해영의 15년 인연, 그리고 눈물의 오므라이스다. '시그널'은 첫 방송부터 장기 미제 사건으로 인해 끝없이 고통 받는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에 주목을 했었다.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박해영 또한 인주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형에 대한 아픔, 그리고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던 인물이다.
그러나 무전이 시작되면서 이재한은 박해영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인주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린 박해영을 뒤에서 보살펴 주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청했다. 어린 박해영은 자신의 형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 외식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이에 어린 박해영은 껍데기 집을 홀로 찾아가서는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졸랐고, 이를 본 이재한은 주인에게 돈을 주며 아이가 원하면 꼭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해영은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힘들어 했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어린 박해영이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눈물을 흘리고, 이재한이 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이 장면은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오므라이스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울릴 줄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 이제는 오므라이스만 봐도 이재한과 박해영이 떠오를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긴 명장면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