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서 때론 남보다 더 무심해질 수 있는 사이.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게 괜히 쑥스럽고 어색한 사이. 하지만 죽일 듯이 싸우고 다신 안 보겠다고 토라져도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친구 같은 사이. 그것이 바로 형제 사이가 아닐까.
지난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왕십리 CGV에서 베일을 벗은 영화 ‘히야’(감독 김지연)는 이처럼 문제아 형과 가수를 꿈꾸는 동생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다.
‘히야’라는 말은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도 처음 영화 이름을 들었을 때 ‘희야 날 좀 바라봐’라는 가사를 먼저 떠올렸으니까. 영화 속에서 형 진상(안보현 분)은 자신에게 말마다 ‘네가, 네가’ 하는 동생 진호(이호원 분)을 향해 “히야라고 불러라”는 말을 듣고야 ‘아, 이것은 형이라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구나’를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제목의 뜻이 ‘형’이라는 걸 알게 되고부터는 영화가 좀 더 뭉클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영화는 경상북도 청도를 배경으로 한다. 진호는 삼형제 중 막내다. 위로 첫째 누나 혜진(강성미 분)과 형 진상을 두고 있다. 가수를 꿈꾸고 춤도 제법 추지만 문제는 사투리다. 사투리만 고친다면 가수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인사성 바르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은 순수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진호의 꿈을 방해하는 건 사투리가 사실 문제가 아니다. 형 진상이 더 문제다. 어려서부터 사기를 치고 다니며 가족의 애물단지로 자리 잡은 진상은 사실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지 가족들도 모를 만큼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던 형이 진호의 곁에 다시 돌아와 주변을 얼쩡거린다. 진호는 어려서부터 살인용의자인 형에 대한 적대심을 품고 있었고 형에게 곁을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오면 주먹부터 내민다. 진상은 물론 진호보다 더 센 주먹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먹을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계속 옆에 있으려고 한다. 그런 진상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다시 가족의 품을 찾아오게 된 것인지 진호는 전혀 알지 못한다.
갈등은 형사 최동팔(박철민 분)의 끈질긴 진상을 향한 추적으로 심화된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진상은 위기에 처한다. 진호의 꿈에도 먹구름이 끼지만 이상하게 형제의 우애는 깊어지게 된다.
과연 죽일 듯 미워했던 형을 동생은 다시 받아줄 수 있을까? 화해의 과정에서 빛나는 형제의 ‘브로맨스’는 여성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신예 안보현과 연기돌 이호원은 감독이 원했던 애증의 형제 ‘케미스트리’(조합)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히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