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 연기력의 끝은 어디일까. 마치 소녀처럼 사랑 앞에 한 없이 귀여운 모습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흘린 가슴 아픈 눈물까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한다.
김혜수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에서 장기 미제 전담팀의 차수현 형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라는 신조를 가지고 누구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남자도 제압하는 액션과 한 번 보면 주눅들게 되는 강렬한 눈빛, 낮게 깔렸지만 명확한 목소리 등 김혜수는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믿고 싶어지는 듬직한 여형사 캐릭터를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차수현은 지금과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선배인 이재한(조진웅 분) 앞에서는 누구보다 귀엽고 순수한 여고생 같아지는데, 이재한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려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했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경찰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상황에서도 쉬이 그러지 못했던 것도 다 이재한 때문이었다.
김혜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차수현의 다른 매력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머리스타일과 옷 차림새로도 두 시간대가 구분이 가지만, 김혜수는 표정이나 말투를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극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방송된 13회에서는 차수현이 이재한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또 이재한 역시 차수현을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혜수는 자신의 진폭 넓은 연기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과거 차수현은 미역과 다시마도 구분 못하는 '요리 허당'임에도 불구하고 이재한의 아버지에게 잘 보이고자 생일상을 마련했고, 술도 못 마시면서 이재한의 아버지가 주는 술을 넙죽 넙죽 받아먹다 결국 만취해서는 고성방가로 택시에서도 쫓겨나는 굴욕을 맛봤다. 결국 이재한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는 동안 차수현은 "나에게는 이재한이 최고의 형사다"라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이 같은 차수현을 전혀 이질감 없이 맛깔스럽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광대 승천을 유발했다.
이재한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랑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건 모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김혜수는 이재한의 백골 사체를 발견하고는 15년만에 장례를 치룬 차수현의 무너지는 심정을 절제된 연기로 소화해내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솟구쳐 오르는 애써 슬픔을 꾹꾹 눌러담고, 거수 경례를 하는 모습은 그간 이재한을 향한 차수현의 깊은 애정과 맞물려 안타까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리고 혼자 이재한이 남긴 액자를 끌어안고 크게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죽여 우는 모습 역시 김혜수의 연기 내공을 십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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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