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집’PD “시청자들 눈 높아져 고민 많다”[인터뷰③]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3.05 13: 55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하 내친구집)가 지난해 2월 방송을 시작해 벌써 1년이 넘었다. 중국 편을 시작으로 벨기에, 네팔,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지금까지 11개국을 다녀왔고 곧 12번째 여행지 태국 편 방송을 앞두고 있다.
JTBC ‘비정상회담’ 스핀오프로 시작한 ‘내친구집’은 첫 방송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캐나다 편이 5%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끌었지만, 평일로 편성변경 후 시청률이 1%대까지 떨어지며 고전했다. 다니엘의 독일 편으로 다시 힘을 받고 시청률이 올라가는가 싶더니 최근 일요일로 또 편성이 변경되면서 시청률이 하락했다.
그런 가운데 제작진이 심기일전해서 태국 편을 준비했다. 그간 동남아 여행에 대한 시청자들의 꾸준한 요청을 반영한 것. 갓세븐 멤버 뱀뱀의 고향 태국에 새로운 멤버 안드레아스가 합류해 다녀왔다. ‘내친구집’이 오는 6일 태국 편으로 다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 ‘내친구집’ 편성 시간이 일요일로 변경돼 아쉬운 면이 있을 것 같다
▲ 편성이 바뀐 후 시청률 타격도 받았고 겨울방학 특집으로 제주도 편을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 이제 ‘내친구집’이 방송된 지 1년이 됐는데 자체평가를 해보자면?
▲ 친구들이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각 나라의 친구들이 우정을 맺고 여러 나라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그 나라를 소개하는 게 방송국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은 포맷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 친구들이 모여 있고 모국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이에 각 나라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잘 꾸려왔다고 생각한다. 예능이지만 ‘내친구집’이 보여주고자 했던 목표, 문화 차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시간이 갈수록 정규로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시청자들이 자유 여행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친구들의 여행 패턴들이 반복돼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던 게 아쉬웠다. 그리고 여행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진 것 같다. 과거에는 여행의 풍광만 보여줬던 강했던 시대가 있었는데 여행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여행을 많이 다녀서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것 같다. 그 때문에 제작진은 캐릭터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 지금까지 여행을 다녀온 나라 중 어떤 나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 네팔이 기억에 남는다. 제작진 입장에서 보람도 있었고 뿌듯했고 살면서 겪어보지 못할 경험을 했다. 나라가 신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이웃과 친한 문화 자체가 이색적이었다. 수잔의 할머니가 스태프들 이마에 티카를 찍어줬는데 착해지는 느낌이었고 마음이 편해졌다.
독일도 인상적인 나라였다. 독일은 확실히 다니엘의 힘이 있었다. 다니엘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있었고 독일에 대한 다니엘의 태도, 독일 스타일의 유머와 자신의 철학이 잘 섞여 있는 사람이더라. 개인적으로 독일이 흥미로웠지만 다니엘이라는 친구가 재미있었다.
- 이번 국내 편에 대해 제주도 홍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 홍보는 없었다. 특정한 게스트나 특정한 식당에 간 게 이정과 장동민 등 실제로 연예인들이 제주도를 잘 알아서 간 건데 시청자들이 민감 해하는 부분이더라. PPL이 아닌데 PPL처럼 보여서 아쉽다. 멤버들이 계획 없이 찾아가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덜 오해했을 텐데 너무 정해놓고 안전하게 가는 느낌 때문에 오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앞으로 친구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느낌을 보여줘야겠다. 사실 과정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시간이 없거나 동선을 벗어나면 제작진이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자유여행의 느낌을 못 살렸다. 그게 제작진의 딜레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시청자들이 자유여행의 느낌을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점에 대해 보강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 ‘내친구집’ 프로그램 특성상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많은데?
▲ 시간이 갈수록 멤버들이 바빠져서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해외 촬영이라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데 먼 나라를 갈수록 실제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해외는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나라마다 제도가 달라서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안전에 신경 써야 하는데 차량 이동 찍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누가 다칠 수도 있어서 촬영가면 오로지 안전하게 찍는 루트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캐나다 촬영에서 스태프들이 탄 버스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촬영을 마치고 스태프 숙소로 이동하던 중에 음주운전자가 버스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는데 사고 나는 순간 온갖 생각이 들었다. 밤새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처리가 잘됐는데 모두 잠도 못 자고 촬영을 해야 했다. 국내에서는 사고에 대처하기 좋은데 해외에서는 코디 도움을 받아야 하고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점들이 있어서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기욤이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도 너무 큰 사건이 있으면 안 되겠다.
- 아무래도 해외촬영이라 이를 부럽게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있는데, 실제 촬영은 어떤가?
▲ 촬영이 끝난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카메라 배터리도 충전해야 하고 출연자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준비해야 해서 동물 다큐멘터리 찍듯이 가서 기다린다. 그러다 보니 거의 잠을 잘 못자서 피곤하다. 사실 힘들게 찍는다. 촬영가면 여유가 전혀 없는데 그런 댓글 보면 속상하다.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음식을 먹으면 미리 섭외를 못해서 다시 따로 가서 찍기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스태프들이 잠을 줄여 야식을 먹는 경우는 있었다.
- 제주도 편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치는 시청자들이 있는데?
▲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여도 가봤고 이번에 제주도에 갔다 왔듯이 해외와 국내를 섞어 가면서 매번 실험한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짰다. 새로운 시약을 넣듯이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거다.
해외는 풍광 쪽으로 조명해서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내는 국내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맛집이나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을 선보이면 시청자들이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라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제주도를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날씨도 안 좋고 친구들이 해보고 싶어 했던 루트들이 취소되는 등 내부사정이 있었다. 폭설에 우박이 내려서 해녀들이 하는 낚시 등이 취소돼서 갈 수 없었고 모든 내용을 다 살리기에는 분량의 한계가 있고 내부적으로 힘들게 고생했던 촬영이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시 느낀 게 ‘우리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운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꼈다.
- 방송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고민하는 점은?
▲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는 시기인 것 같다. 1년 동안 많은 문화권을 다녔고 다양한 풍광을 보여줬는데 다니엘의 케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호스트 친구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호스트 친구의 캐릭터나 나라, 문화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호스트 친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그 점을 중점적으로 회의하고 있다.
보이는 그림보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하면 갔던 나라를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이 짧아 얘기 못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발굴하는 작업을 더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내친구집’은 이야기와 인물이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에 맞는 나라의 친구가 호스트로 나설 것 같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