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극장가에서 '귀향'이 작은 영화 돌풍을 이끌고 있다. 북미시장을 휩쓴 할리우드 B급 히어로 '데드풀' 등 대작들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는 중이다. 개봉 12일 만에 벌써 300만 고지가 코앞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지는 벌써 오래다. 그리고 그 안에 배우 손숙이 있다.
연극계 현역 여배우들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는 손숙은 이번 '귀향'에 개런티 따지지 않고 출연했다.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우리네 역사를 후손들에게 깨우쳐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숙의 열의와 노력은 관객들과 제대로 소통했다.
손숙은 "생각해보면 해방이 20년만 늦어졌어도 내 이야기가 됐을 이야기"라며 "어떻게 돈을 달라는 이야기를 하겠나. 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빚진 마음, 죄송한 마음. 그리고 전쟁이라는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귀향'은 출연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그는이번 작품의 출연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러닝개런티 계약을 맺었지만 받게 될 러닝개런티는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기부한다고 했다. 연예계 후배들이 귀감으로 삼아야할 배우로서의 덕목 아닐까.
손숙은 "('귀향을 찍고 또 보면서)심적으로 힘들었다. 촬영 때도 힘들었다. 처음 영화를 보고 와서는 앓았다. 온 몸이 아픈 것 같았다"고 했다. 위안부들의 고되고 힘든 삶을 온몸으로 느낀 까닭일 터다. 개런티를 사절한 이유를 묻자 그는 "투자를 모드기 힘들었던 '귀향' 제작은 정말 어려웠다. 그런데 내가 출연료 달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느냐"고 거꾸로 되물었다.
. "시나리오를 보고 울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후에 '귀향' 감독을 만났는데 그 사연과 심정이 너무 절절한거예요.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죄스러움 등이 우리 모든 국민이라면 마음에 갖고 있지 않나요. 과연 이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어요. 기적과 감동이 만들어낸 결심입니다. 기적과 감동들이 하나하나 합쳐져서 큰 기적이 생겨난거죠."
위안부 역을 맡은 손숙은 영화 촬영 때는 일부러 할머니들하고 이야기를 안했다. 뵙지도 않았다. 감정이 들어가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찾질 않았다는 것이다. 시사회 때 뵙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가 잘 돼서 러닝 개런티를 받으면 그 돈을 들고 갈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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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