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프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두 편의 작은 영화가 잔잔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위안부 과거사를 다룬 '귀향'과 윤동주 시인에게 바치는 '동주'가 바로 그 것이다. '귀향'은 300만, '동주'는 100만 고지를 코 앞에 두고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다. 요즘 흥행하는 한국영화의 두 가지 필수 요건이라는 뻔한 장르와 막대한 제작비를 거부한 '귀향'과 '동주'가 비수기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귀향'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전국 25만 2840명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선두를 이어갔다. 누적관객수는 개봉 10일만에 237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준익 감독의 수작 '동주'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톱5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17일 대작들 틈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4만8412명 관객을 모으며 누적 87만7439명을 기록했다.
'귀향'은 1940년대, 어딘지도 모른 채 끌려가야 했던 위안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특히 '귀향'은 선정적인 수퍼 히어로 '데드풀'에 이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갓 오브 이집트'의 공세도 막아냈다. 제작비 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귀향'은 전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국내 극장가에 또 하나의 이례적인 사례를 남겼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실제 위안부로 끌려 갔었던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가 됐던 소녀들의 진정한 귀향을 기원하는 내용을 그린다. 개봉 초반 다소 민감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상영관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의미 있는 내용에 공감한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스크린수를 확장해 왔다.
'귀향' 못지 않게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은 '동주'. 윤동주 시인의 삶을 흑백 스크린에 담은 이 영화는 충무로의 흥행사 이준익 감독이 5억 정도의 저예산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귀향'과 '동주'는 지난 3.1절 '필람무비'로 일컬어 지며 사랑을 받았다. 두 영화 모두 일제의 탄압을 받았던 시절을 살았던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상처와 잔해들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 어떤 면에서 두 영화는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같은 시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인지 '귀향'을 봤다면 '동주'도 봐야한다는 식으로 마치 '따로 또 하나'인 작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mcgwire@osen.co.kr
[사진] '귀향' '동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