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재석처럼 따뜻한 조언을 할 수는 없다. 박명수가 독설을 하는 평소 성격대로 무심한 듯 보이지만 정곡을 찌르는 위로로 시청자들을 감쌌다. 현실적인 그의 조언은 묘하게 위로가 됐고, ‘악마의 아들’이라는 별명의 확장판인 ‘악마의 멘토’로 부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
박명수는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마련한 ‘나쁜 기억 지우개’에서 문전성시인 유재석과 달리 천막으로 들어오지 않는 시민들 때문에 무료해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에 자리를 잡은 박명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웃기게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주저하면서 나가려고 하자 상담을 해주겠다고 매달리는 상황에 놓였다.
유재석인 것을 알고 모든 시민들이 함박웃음을 짓던 것과 달리 박명수를 보자마자 피식 웃고 마는 시민들의 대비되는 모습은 박명수의 평소 성격과 무관하지 않았다. 워낙 재밌게 독설을 많이 하고 욕심이 많은 성격임을 드러내서 ‘악마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있는 박명수. 그는 시민들과의 만남 역시 웃긴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자신을 보고 웃은 시민에게 “뭐가 웃겨요? 나 무시하는 거예요?”라고 투덜거리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또한 결혼을 강요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고민하는 시민에게 “어머니로서는 그럴 수 있다”라고 조언하고, 쌍둥이 동생과 비교된다는 말에 “이러나 저러나 동생이 잘 되는 게 낫다. 만약에 동생이 잘 나가지 않으면 그것도 어머니로서는 속상해서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의 박명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직설적이어서 더욱 공감이 갔다. 직장 상사가 지적을 할 때 상처가 된다는 고민 토로에 “팀장님을 바꿀 수 없다”, “형제가 아닌 이상 좋게 말하지 못한다. 우리 멤버들도 싸운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원수는 직장에서 만난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고 덧붙이며 고민 상담 시민을 위로했다. 박명수의 조언은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따뜻한 위로가 뚝뚝 묻어났던 유재석과는 분명히 달랐지만 투박해서 더 진심이 느껴졌다. 언제나 웃음을 안기기 위해 망가지고 스스로 ‘욕받이’가 되는 일이 많지만 이날 만큼은 중독성이 강한 ‘악마의 멘토’였다. 그의 정곡을 찌르기에 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 마디가 대면한 시민은 물론이고 듣고 있는 시청자들도 위로를 했기 때문. 박명수는 인생사 누구나 비슷한 아픔과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연륜이 있는 중년의 스타였다.
이날 박명수는 봄철 시청률 하락을 걱정하는 특집에서 제작진에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들었다고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예능 속 캐릭터는 언제나 실수를 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또 다시 실수를 하면서 ‘욕받이’의 면모를 뽐낸다. 성실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갑자기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 그 자체가 더 당황스러울 것 같은 예능인이 바로 박명수다. 어느새 ‘무한도전’을 10년 넘게 보다 보니 불성실과 논란의 아이콘이 된 박명수에게 정이 들었고, 그의 꾸미지 않은 툭툭 던지는 말투에서 오히려 진심을 느끼게 되는 기적이 펼쳐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