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대한민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판타지 스릴러라는 생소한 장르를 갖고 시청자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 중이다. 이제 남은 방송은 단 2회뿐. '시그널' 팬들은 다음 주말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시에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에 빠졌다. 이대로 '시그널'이 끝날 수는 없다며.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주연의 '시그널'은 5일 방송분에서 평균 시청률 11.7%, 최고 13.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기준)를 찍었다. 자체 최고 기록이다. 그뿐일까. 첫 방송부터 이번 주까지 방송 전 회차를 통틀어 전 연령(10~50대) 남녀 시청층에서 케이블, 종편을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한 마디로 금토 프라임 타임에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시그널' 종영을 코앞에 두고 치솟는 건, 시청률과 인기 뿐 아니다. 당연히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와 '시그널' 관련 기사 댓글 등에는 시즌제를 요구하는 시청자 목소리가 계속 높아가고 있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의 환상 콤비가 '응답하라 1997'로 좋은 반응을 얻은 뒤에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로 이어지면서 tvN 주가를 끌어올렸다. '응답하라'는 사실상의 시즌제로 시청자 사이에 폭넓은 지지와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시그널'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응팔' 후속으로 편성돼 고공비행의 바통을 물려받았다. 지상파 TV의 기득권을 누르고 tvN 금토블록을 드라마 왕국으로 재편성하는 중이다. 시즌제로 맞물려 돌아간다면 tvN의 아성은 당분간 넘보기 힘들 수준으로 올라갈 게 분명하다. tvN도 이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다.
'시그널'은 과거의 형사 조진웅과 현재에 살고있는 범죄 프로파일러 이제훈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불가사의한 무전 연결로 사건을 풀어헤쳐가는 작품이다. 여기에 열혈 여형사 김혜수가 파릇파릇한 20대부터 혈기왕성한 30대까지 수 십년 세월을 커버하는 미모와 연기로 극중 로맨스 무드를 고조시켜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사전 제작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드라마 완성도를 높인 것도 흥행의 한 요인이다.
'시그널'은 특히 시즌제에 최적화된 스릴러 장르물이다. 미국의 'CSI'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극 전반을 관통하는 악의 구조가 자리한 가운데 매주 1~2회에 걸쳐 에피소드형 스토리를 펼쳐내기 때문. 빠르고 간결한 전개로 극중 사건에 시청자 몰입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재 존재했던 장기미제사건들을 소재로 택한 덕분에 사실감까지 높인 것도 장점이다.
이번 토요일 방송에서 '시그널'은 처음으로 박해영, 이재한, 그리고 차수현 등 주연 캐릭터 세 사람의 합동 작전을 예고했다.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은 이들의 활약이 시즌 2와 3로 계속되기를 절실히 바라는 게 막장과 수준이하 드라마에 지친 요즘 시청자들 소원 아닐까 싶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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