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기승전로맨스'와는 다르다. '시그널'이 보여주는 러브라인은 드라마 속 사건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가 있어 보는 이들의 몰입을 높여준다. 과거 다수의 장르물에서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가 대거 등장해 눈살을 지푸리게 했던 경우와 다르다.
지난 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에서는 과거 이재한(조진웅 분)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차수현(김혜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수현은 이재한이 무전기를 늘 가지고 다니는 것이 첫사랑을 못 잊었기 때문이라 오해, 힘들어했지만 이재한이 범인 검거 현장에서 자신을 대신해 칼에 맞자 "선배 많이 좋아해요. 다른 여자 좋아해도 좋다. 평생 첫사랑 좋아해도 괜찮으니까 다치지 말고, 죽지도 말라"고 고백하며 울었다.
그리고 다시 2016년 현재. 박해영(이제훈 분)은 차수현에게 이재한과의 무전 사실을 털어놨다. 마침 무전이 시작됐고, 박해영은 형 박선우가 2월 18일에 살해를 당했다며 그를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이재한은 과거의 차수현이 지키고 있었던 병실을 나와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 본 차수현은 그리워하던 이재한의 목소리를 듣자 눈물을 흘렸다.
차수현과 이재한의 관계는 드라마 초반부터 특유의 풋풋함으로 드라마에 활기를 줬다. 2016년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 팀장이지만, 10년 전 과거엔 신참 형사였던 차수현의 180도 다른 모습은 드라마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또 대책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후배 차수현과, 그런 그의 모습에 쑥스러워하는 선배 이재한의 모습은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설렘을 주기도. 그렇다고 이 러브라인의 역할이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차수현이 이재한을 짝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도 과거를 바꿔야만 하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현재 박해영은 안치수(정해균 분)를 살해한 혐의로 누명을 쓰게 된 상황. 무전기의 비밀을 알게 된 차수현이 운신의 자유를 잃은 박해영을 도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가게 될지가 앞으로 남은 두 회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특히 이재한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을 찾은 차수현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처럼 '시그널'은 러브라인 요소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사건들이 역시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든다.
한편 이날 박해영은 차수현과 함께 인주 여고생 사건의 피해자인 강혜승을 찾았다. 강혜승이 있어야만 형 선우의 누명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만나게 된 강혜승은 자신이 협박으로 인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다시 진술을 반복하기를 원치는 않았다. 가정을 꾸리고 새출발을 했다는 이유였다.
인주 여고생 사건의 주범은 박해영의 형 박선우가 아닌 국회의원 장영철(손현주 분)의 조카이자 인주시멘트 사장의 아들 장태진이었다. 장영철은 장태진의 죄를 선우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도록 김범주(장현성 분)를 시켜 모든 사건을 조작했다.
더 무서운 것은 박선우의 자살과 얽혀있는 진실이었다. 박해영은 이날 안치수(정해균 분)가 살해 당하기 전 왔던 병원에서 형 박선우가 죽은 직후 뽑았던 혈액 샘플 기록을 확인했다. 박선우의 혈액에는 신경안정제 성분이 들어있었고, 검출된 성분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는 양이었다. 이는 박선우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입증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