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5포, 그리고 7포를 넘어 N포까지. 도대체 얼마나 더 포기해야하는지 몰라 정확한 숫자가 아닌 N포 세대라는 씁쓸한 신조어까지 나온 지금 ‘무한도전’이 안방극장을 위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는 이 땅의 젊은 세대에게 공감이라는 용기를 선물했다. 절망과 불안의 시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웠다.
지난 5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나쁜 기억 지우개’ 2탄이 방송됐다. 일주일 전 1탄이 방송된 ‘나쁜 기억 지우개’는 경청과 공감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멤버들이 길거리에 나서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구성이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닌 우리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경찰과 소방관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지만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많고 불안한 감정에 세탁기를 돌리면서도 눈물이 난다는 한 여성의 넋두리. 공부를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또 다른 여성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 흔히 말하는 N포세대의 아픔이 묻어나 있었다. 취업난으로 시작된 내 집 마련, 연애·결혼·출산,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20~30대 청년들을 가리키는 N포세대. 고된 하루하루 속 절망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듣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눈빛에는 공감이 가득했다.
긴 무명 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하는 유재석, 원수는 직장에서 만난다는 자신만의 어록을 전하며 직장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토로하는 시민을 토닥인 박명수, 꿈을 향해 걷고 있지만 가장으로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샘 해밍턴을 다독인 정준하. 이들은 섣불리 잔소리나 거창한 조언을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는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시민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는 멤버들, 특히 각자의 성격이 묻어나 있어서 이들의 경청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왔다. 유재석의 따뜻한 위로, 박명수의 독설이지만 현실적인 조언, 광희의 서툴지만 진심을 다하는 공감, 정준하와 하하의 정감이 가는 접근법이 ‘나쁜 기억 지우개’의 진정성을 높였다.
웃음을 안기는 예능프로그램이지만 격한 감동을 선사하는 일이 많은 ‘무한도전’. 큰 인기만큼이나 그 인기를 다시 시청자들에게 돌려주는 공익적인 일들을 펼치기 때문에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또 다시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스트레스를 잠시 날리는 웃음 장치도 흥겹지만,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나쁜 기억 지우개’가 안긴 벅찬 위로와 감동이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